[테크, 法 그리고 인간] 강금실 대표 "법과 AI의 만남, 두려움보다는 준비가 필요한 시기"

입력 2020.08.03 06:00

"인공지능(AI)과 법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두려움이 앞서 큰 변화를 맞이할 준비에 소홀하면 리걸테크 산업을 주도할 수 없습니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는 첨단 기술로 인해 법조계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무법인 원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에게 리걸테크 관련 견해와 전망,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에 관해 들었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 김동진 기자
―AI와 법의 만남으로 법조계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4차산업이 이끄는 주된 변화 중 하나는 ‘대중의 지식화’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함으로써 지식이 더욱 섬세하고 정확해진다. 법과 같은 전문영역에서도 전문 법조인이 독점하던 지식을 일반인도 접할 수 있게 됐다. 검색기능도 발달해 더욱 많은 사람이 전문 지식을 공유, 우리 사회 전체 수준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전문가의 전문성에 대한 평가 기준도 바뀌고 있다. 도덕성과 판단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기술 발달로 전문 법조인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 일반화되는 만큼 여전히 법리적 관리와 대응 등 법률적 기능에 대한 전문가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 법조인들은 AI가 일자리를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반면, 리걸테크 기업은 AI를 어디까지나 법조인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하는데?

두려움은 여러 원인으로 생기는데, 잘 모르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이 있다. AI가 일자리를 가져간다는 법조인의 시각도 그런 종류의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법무법인 원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AI에 좀 더 접근하고 보니 당장 10~20년 내 의뢰인 미팅, 판결문·의견서 작성과 같은 법조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 추론과 판례를 해석해 결론을 내리는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 AI는 기존 변호사의 리서치를 돕는 ‘수단’이 될 것이다.

글로벌 흐름상 법률 AI 도입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기존 법조인 업무에 AI를 도입·발전시켜 리걸테크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일자리를 뺏는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기보다는, 리걸테크에 적극 개입하고 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관련 입법화 과정에 참여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술이 도입되도록 법조인이 역할을 해야 한다. 법무법인 원은 이런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기 위해 리걸테크 기업 인텔리콘연구소와 지난 6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가 법조인을 돕는 수단이어도 사람이 아닌 기술이 재판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가에 관한 논란도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루미스 사건’이 그 예다. 전문 법조인이 판단하는 데 AI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데?

AI는 이미 기존 법조인들이 만들어 놓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를 기초로 판단한다. 물론 어느 수준에 이르면 AI가 학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결정 권한을 가진 전문 법조인이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 루미스 사건도 그런 경우다.

AI가 내린 결론이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 또한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다. AI의 알고리즘조차 사람이 만든다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AI의 알고리즘이 전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AI를 법에 도입해 좀 더 올바른 결론에 이르려면 이를 활용해야 하는 법조인도 여러 방면의 준비가 필요하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 김동진 기자
―리걸테크 기업은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더불어 개인정보 활용을 통한 수익을 리걸테크 기업에만 향유하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기술로 앞서가려는 의지는 강한데 기술로 전환되는 사회의 가치에 관한 고민과 결의 등이 부족한 것 같다. 리걸테크 도입 및 활용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루미스 사건과 같이 현실로 다가와 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리걸테크 기술 분야에 개입해 세계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변호사법이나 관련 법률의 개정 작업을 동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법조인들이 AI 기술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적극 참여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리걸테크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걸테크가 향후 한국 법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이미 우리나라도 인텔리콘의 유렉스와 같이 자연어 처리 기반 법률검색시스템이 도입됐다. 변호사는 물론 일반인들도 손쉽게 법률검색을 통해 관련 판례나 법률을 찾을 수 있다.

일부 계약서 검토나 가압류 신청과 같은 비교적 정형화 되어 있는 법률 분야에도 리걸테크 기술이 도입돼 변호사들의 리서치나 문서 작성 과정을 단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들도 좀 더 적은 비용과 시간 투입으로 더 많은 법률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 일반인의 법률 서비스 진입이 더욱 쉬워질 것이다.

―중점 추진사항과 목표,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올해 법인 내 AI 관련 전문팀을 만들고, 인텔리콘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리걸테크 산업에 진출한 만큼, 인텔리콘과 AI 관련 국가 R&D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법인 자체적으로도 리컬테크 관련 스터디나 연구는 물론, 관련 입법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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