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 당겨 상반기 7000억 조기집행
커버리지 확대 및 인빌딩 투자 집중
28㎓ 투자계획 아직 윤곽 안 잡혀

통신4사(이통3사+SK브로드밴드)가 상반기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 3조440억원(SK텔레콤+SK브로드밴드 1조4700억원, KT 9673억원, LG유플러스 1조원)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에도 5조원 이상 추가 투자가 예상된다.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서 5G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 / 과기정통부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서 5G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 / 과기정통부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상반기 5G 투자목표는 4조원이었다. 통신4사는 난색을 표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재무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금액을 약 2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정부의 독려로 조기 투자에 힘이 실렸고, 몇몇 업체가 하반기 계획했던 투자안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 업계 예측치보다 7000억원 상회하는 3조원 이상의 자금이 5G에 투입됐다.

이통3사는 하반기 5G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통신4사 중 상반기 가장 적은 금액의 투자를 집행한 KT는 하반기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KT의 2020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는 3조1000억원이다. KT 2분기 CAPEX는 5568억원으로, 상반기에 총 9673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집행한 1조3541억원보다 28.5% 줄어든 규모다. 하반기에 2조1000억원을 웃도는 설비 투자를 해야하는 셈이다.

KT 한 관계자는 "원래 CAPEX는 연간 개념이며, 2019년도 하반기에만 2조원쯤을 집행했으므로 (올 하반기 투자계획 역시) 실행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도 2020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 나머지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CFO는 연간 CAPEX 가이던스 조정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하반기 5G 가입자 확대를 감안해 상반기보다 더 투자를 확대해 집행할 것이다"며 "연간 가이던스 내에서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연간 CAPEX 가이던스인 2조5000억원 집행을 약속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는 "금년 가이던스를 기본적으로 지키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85개시를 제외환 외곽 지역은 3사가 공동망을 구축해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5G 품질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전국 커버리지를 많이 확대했다"며 "향후에는 인빌딩 최적화 작업과 품질개선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며, 투자 가이던스를 벗어나지 않은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5G 네트워크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SK텔레콤은 2020년 연간 CAPEX 가이던스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가정 하에 추정치를 계산할 수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20년 CAPEX 가이던스를 2019년보다 각각 4.8%, 4.2%씩 줄였다. SK텔레콤은 2019년 설비투자에 2조9200억원을 집행했다. 2020년 경쟁사들과 비슷하게 4%대로 CAPEX를 하향 조정했다면 2020년 2조8000억원쯤을 설비투자 비용으로 집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치 대로라면 하반기 1조6000억원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LG유플러스가 하반기에 집행해야 하는 투자 규모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므로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윤풍영 CFO는 "지난해 5G 상용화로 통상 수준보다 많은 투자를 집행했는데, 올해도 5G 확산을 위해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며 "전체 투자 규모에서 5G 네트워크 투자 비중이 올라갈 것이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는 하반기에 적극적으로 5G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통신사들의 의지를 밝혔다.

KTOA 관계자는 "5G 상용화 이후 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통제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4~5월부터 인빌딩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에도 노력을 계속해서 향후 3년간 유무선 통신 인프라에 24조5000억원~25조7000억원(잠정) 투자를 추진해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G 28㎓ 대역에 대한 투자계획은 아직도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실제로 도입을 해봐야 투자규모도 알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장비사도 결정이 안 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통3사는 연내 28㎓ 대역 5G 시범 서비스를 위해 통신장비 업체들과 장비를 테스트 중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