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HR 글래스 전문기업으로써 언택트·뉴노멀 시대 외산 제품 부럽지 않은 기술과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동시에, 관련 생태계 성장과 육성에도 힘을 보태겠다."

토종 증강현실(AR) 디바이스 전문기업 페네시아의 송혁규 CTO는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IT조선 ‘VR 빅뱅 2020’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스마트 글래스의 최신 기술 트렌드와 자사의 차세대 HR(Hologram Reality) 글래스를 소개하고, 앞으로 나아갈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송혁규 페네시아 CTO / IT조선
송혁규 페네시아 CTO / IT조선
‘디지털 감성 표현과 스마트 글래스 그리고 미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송 CTO는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 뉴노멀 시대에 AR 기술과 관련 디바이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사람의 감정과 지식 및 기술적인 경험 등을 공감하고 공유하려면 현실에 가상의 그래픽을 덧입힐 수 있는 AR 글래스 및 관련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것.

특히 기존의 가상현실(VR)이 현실과 단절된 가상의 공간에서 낯선 그래픽과 이미지로 구성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AR은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의 AR 글래스가 나아갈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현재의 AR 글래스는 현실의 이미지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시각적인 기술과, 시선 추적 및 단순 제스처 인식 등의 간단한 모션 인식 기능까지만 구현한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AR 글래스는 감정 전달을 위한 사용자의 표정 인식, 촉감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햅틱 센서, 근전도 감지 등을 이용한 더욱 정밀한 행동 인식 등의 기능도 추가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CTO는 차세대 AR 글래스에 필요한 것으로 이러한 기술적인 요소뿐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의 요구 또한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네시아가 자체 AR 글래스 제품을 개발하면서 참가한 각종 전시회 시연 및 전문가들의 피드백에 따르면, 대다수 사용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 ‘가벼운 무게’, ‘어지럼증 해소’ 등을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에 대한 해결책으로 송 CTO는 각종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꼽았다. 현재 상용화된 AR 글래스와 거기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 부품들이 모두 외산 제품과 기술이다 보니,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종 핵심 부품과 기술을 국산화하면 로열티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는 것.

‘경량화’ 문제는 AR 글래스의 화면 표시 방식이 개선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송 CTO는 설명했다. 현재 주류인 반사식 디스플레이 방식은 화면 크기를 키우고, 시야각을 넓히며, 더욱 밝고 선명한 화면을 제시하려면 그만큼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자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HR 글래스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대다수 VR·AR 디바이스가 겪는 ‘어지럼증(멀미)’ 문제는 눈으로 보는 가상의 이미지와 몸이 느끼는 현실 감각의 불일치와 그로 인한 감각의 혼란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드웨어의 성능 개선으로 반응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훨씬 다양하고 정교한 환경 인식이 가능한 9자유도(9DoF) 인식, 라이다(LiDAR) 스캐너, 양안식 카메라 기술이 발전해야 현실과 가상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그로 인한 어지럼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송 CTO는 페네시아가 현재 출시 및 개발 중인 첨단 AR 및 HR 글래스 제품들을 소개했다. 지난 8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VR·AR 엑스포 2020’에서 공개 시연한 GTM-100은 120g의 무게에 45도 시야각의 풀HD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반사형 AR 글래스다. 후속작 GTM-200은 동일한 기능에 더욱 경량화를 추구한 제품이다.

과기부의 지원 및 정부 과제로 진행 중인 차세대 HR 글래스 ‘징거(GinGer)’는 기존의 반사형 방식보다 훨씬 진보한 HOE(Hologram Optic Element) 투사 방식과 LBS(Laser Beam Scanner) 광원을 사용한다. 눈 속 망막에 직접 가상의 이미지를 투사하는 방식으로 밝은 야외에서도 밝고 선명한 가상 화면을 볼 수 있고 디바이스의 크기를 줄여 30g 수준의 가벼운 무게를 실현할 수 있다고 송 CTO는 강조했다

이러한 AR 글래스가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페네시아도 자체적으로 자사의 AR 글래스를 활용한 가상 교육 및 훈련, 원격 지원, 원격 의료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관련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있다. AR 게임도 직접 개발하는 등 콘텐츠 분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자신들만으로는 생태계 확장이 어렵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고품질 AR 글래스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에서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광범위한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CTO는 "소비자들이 AR 글래스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실현되려면 ‘생태계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통신사와 네트워크 기업, 콘텐츠 개발사와 이를 배포할 콘텐츠 프로바이더(CP)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며 "의료와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당장 AR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타 산업 분야와의 융합이 확대되는 선순환적 생태계가 형성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진정한 언택트·뉴노멀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