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붐과 함께 게임업체 新 먹거리 찾기 나서
젊은층 잡기 위해 금융권 등도 게임 관심 커져

게임이 금융, 웹툰,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 결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각각 KB·신한은행과 손잡고 자체 개발한 AI 원천기술을 ‘금융’ 분야에 활용할 뜻을 밝혔다. 조이시티·위메이드는 게임 IP를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해 양 분야 이용자를 하나로 묶는 ‘크로스 마케팅’에 집중한다. 엔씨는 AI 기술을 결합한 K팝 엔터테인먼트 앱 ‘유니버스’ 출시를 앞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산업에서는 최근 신기술을 많이 도입하는 상황인데, 이를 활용하면 다른 산업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타 산업군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게임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 게임 업계는 ‘투자와 R&D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넥슨·엔씨, 내부 연구 기관의 AI 기술 바탕으로 금융 진출 선언

넥슨·신한은행 MOU 체결식 사진 / 넥슨
넥슨·신한은행 MOU 체결식 사진 / 넥슨
게임과 금융은 밀접하게 연관됐다. 이용자가 게임을 즐길 때 꾸준히 결제(과금)하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가진 풍부한 이용자별 행동패턴 데이터는 금융 분야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넥슨이 대표적인 예다. 넥슨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제공사로 폭넓은 이용자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넥슨은 사내 AI 전문 조직 ‘인텔리전스랩스’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심층학습(Deep Learning)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양사는 금융 인프라 기반 결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금융 연계 콘텐츠 개발 및 공동 마케팅에도 나설 예정이다.

엔씨는 ‘AI 원천기술’을 앞세워 금융 사업에 뛰어들었다. 엔씨는 2011년부터 김택진 대표, 윤송이 사장 주도 아래 AI 분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AI 센터와 자연어처리(NLP)센터 산하에 연구소(Lab) 5개를 뒀다. 이 중 게임에 관련한 연구소는 1개뿐이다.

10월에는 엔씨와 KB증권이 손잡고 디셈버컴퍼니자산운용에 각각 300억원씩 투자했다.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자금 투자 외에도 엔씨는 NLP AI기술을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게임과는 무관하게 엔씨가 개발한 원천기술이다.

엔씨는 향후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사람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AI PB(Private Banking)’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게임 업계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혹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력을 열심히 발전시켰는데, 이것이 이제는 타 산업군에서 탐낼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덕에 타 산업군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의 게임화, 게임의 웹툰화’ 노리는 조이시티·위메이드
웹툰서 신규 IP·스토리 발굴하거나 기존 IP 강화 노려

위메이드가 25일 카카오페이지에 선보인 웹툰 ‘금갑도룡’ 이미지 / 위메이드
위메이드가 25일 카카오페이지에 선보인 웹툰 ‘금갑도룡’ 이미지 / 위메이드
중견게임사 조이시티와 위메이드는 웹툰 사업에 눈독을 들인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 지식재산권(IP)과 스토리가 점점 중요해진다. 문화 콘텐츠인 웹툰 분야를 통해 이 부분을 강화하거나 새로 발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조이시티는 21일 자회사 ‘로드비웹툰(Roadbe webtoon)’을 설립하고 웹툰 업계 베테랑 박종길 대표를 선임했다. 새 회사는 기성 작가를 지원하고 신진 작가를 키우는 일에 힘쓸 예정이다. 이에 더해 ‘프리스타일’, ‘주사위의 신’ 등 자사 대표 IP를 웹툰화하고, 향후 자체 제작할 웹툰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교차 마케팅 플랫폼을 키울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25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한 웹툰 ‘미르의 전설 금갑도룡’으로 ‘미르의 전설2’ IP 강화에 나섰다. 금갑도룡은 회사가 2일 선보인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한국 유명 웹툰 전문 스튜디오 케나즈의 웹툰 제작팀 ‘정글 스튜디오’의 작가 그린비와 블랙솔트가 참여했다.

게임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 게임이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 나오듯, 게임 자체도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출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본다"며 "웹툰이 게임화, 게임이 웹툰화되면, 기존 수요자층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해외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K팝 엔터 플랫폼 출시 예정 엔씨 "엔터 분야 팬도 잠재 고객"

유니버스 이미지 /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이미지 / 엔씨소프트
K팝 엔터테인먼트로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엔씨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2021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186개국에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행사 참여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장욱 엔씨 전무는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유니버스에 대해 "최근 K팝이 주류 음악장르로 자리를 잡으면서 콘텐츠 수요도 많아졌다"며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팬도 잠재적으로는 엔씨의 고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IP를 확보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팬덤(Fandom) 활동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후 AI 음성 합성, 모션캡처, 캐릭터 스캔 등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융합한 즐길 거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게임 업계, 게임 분야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일축’

일각에서는 게임사가 다른 산업군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오히려 본업인 게임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게임 업계는 일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계열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게임사라고 꼭 게임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삼성이 바이오,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듯 게임사가 법적 테두리와 적절한 감시 안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게임사는 게임에 훨씬 많이 투자한다"며 "게임사 내부에서는 꾸준히 게임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데, 외부에 선보이는 게임은 이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투자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