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성공…2021년 대작 없이 ‘보릿고개’ 전망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기대받는 신작은 연내 만나볼 수 없을 전망이다. 대표작 개발을 맡던 팀은 해체됐다. 창립자를 포함한 간판 개발자는 회사를 떠나 각자도생한다. 한마디로 벼랑끝에 몰린 모양새다.

디아블로4, 오버워치2 이미지 / 블리자드
디아블로4, 오버워치2 이미지 / 블리자드
신규 콘텐츠 無…"언제까지 신작만 기다리나" 불만 폭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자회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실적발표·컨퍼런스콜에서 신작(디아블로4·오버워치2) 출시가 연내에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블리자드 게임 이용자들은 불만이 폭발했다. 전작인 디아블로3(2012년)와 오버워치(2016년)가 출시된 지 이미 오래전이기 때문이다. 오매불망 신작만 기다린 데 따른 배신감이다. 특히 오버워치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앞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2 개발 소식을 알리면서 오버워치에 새 캐릭터를 더 이상 추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버워치는 콘텐츠 추가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특히나 지적받기도 했다.

오버워치에 마지막 경쟁전 맵 ‘하바나’가 출시된 건 2019년 5월이다. 마지막 캐릭터 ‘에코’는 2020년 4월 출시됐다. 출시 5년 차를 맞은 오버워치의 탱커, 힐러 영웅은 각각 8명, 7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버워치2를 향한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계속된다. 심지어 오버워치2는 신작이라기보다는 전작의 ‘확장팩’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변화 없는 게임에 질린 이용자가 아우성치는 이유다.

오버워치2 미출시는 e스포츠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오버워치 리그는 매번 똑같은 영웅만 나오는 '메타 고착화' 현상 탓에 비판받았는데, 캐릭터, 맵 추가마저 멈추면 이 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있는 탓이다. 한 게임 이용자는 "블리자드가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모르는 것 같다. 게임이 살아야 리그도 산다"며 "새 캐릭터 추가 없이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은 게임을 그냥 죽이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오버워치 외의 다른 게임도 생애주기 막바지에 이른만큼 블리자드의 신작 미출시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블리자드는 2018년 돌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를 폐지한다고 선언하고 개발팀 규모를 축소했다. 2020년 10월에는 스타크래프트2 유료 콘텐츠 추가도 전면 중단했다.

스타2·워3 리포지드·히오스 개발한 ‘팀1’ 해체·구조조정
창립자 포함한 주요 개발자 다수 脫블리자드 후 창업 나서

비슷한 시기에는 스타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개발한 ‘팀1’을 해체하고 구조조정했다. 워3 리포지드가 형편없는 완성도를 보여 비판받은 탓이다.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초에는 800명 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워3 리포지드 제작진은 게임 실패의 원인으로 경영진의 재정 압박, 소통 부재 등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2018년 11월 개발팀과 상의하지 않고 2019년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게임 업데이트는 계속될 예정이지만, 외주 팀의 손을 빌리게 됐다. 게임 출시 1년도 안돼 발생한 일이다.

블리자드 창립자인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 / 블리자드
블리자드 창립자인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 / 블리자드
블리자드의 간판 개발자들도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도 블리자드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블리자드 창립자인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는 2020년 9월, 아내와 함께 게임 개발사 드림 헤이븐(Dream Haven)을 설립했다. 10월에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주요 실시간 전략(RTS)게임 개발자가 모여 게임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를 세웠다. 구조조정 당한 팀1의 직원 중 일부는 드림 헤이븐,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던 예전의 블리자드가 아닌 것 같다"며 "마이크 모하임 시절 블리자드와 성과가 확연히 다르다"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간 간판격 인력이 다수 이탈하고, 워3 리포지드 같은 신작도 좋지 못한 성과를 내면서 게임 이용자나 업계가 ‘리스펙트’하던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블리자드는 성장동력을 잃은 것 같다"며 "출시를 앞둔 차기작이 이용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향후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분전에 힘입어 전년 대비 실적을 다소 개선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실적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적을 개선한 것 자체는 긍정적인 소식이다"면서도 "하지만 회사 외부에서 블리자드를 보는 시선은 분명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임 기업에는 이용자 여론이나 주목도, 이미지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