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업비밀? 바보야, 문제는 소통이야

입력 2021.02.19 06:00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업계와 정치계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정치계는 이용자를 앞세워 ‘알 권리’를, 업계는 ‘영업 비밀’을 내세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쟁에서 어느 한 편이 100%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관련 조항은 앞으로 업계와 정치계가 꾸준히 조율해야 할 영역이다. 숱한 토론과 소통 과정을 거친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게임 이용자의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게임 커뮤니티, 뉴스·포털 사이트에서는 ‘확률형’ 단어만 봐도 날 선 비판을 쏟아낸다. 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릴 리 만무하다.

이용자가 업계를 불신하는 이유는 소통의 부재다. 그동안 업계는 소통 수단을 바꾸지 않았다. 이른바 ‘사료(보상 재화)’를 지급하거나, 게임 책임자가 글·영상으로 사과문을 공개하거나, 상황이 심각해지면 간담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렵사리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알려드릴 수 없다’, ‘노력하겠다’는 말만 거듭 들은 이용자는 만족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게임사의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집단 움직임을 보일 지 판단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드러누우며(●▅▇█▇▆▅▄▇) 시위를 하거나 사옥 앞으로 이용자의 메시지를 담은 전광판 트럭을 보내는 등 과감한 행동을 상기해 봐야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소통을 요구한다. 그만큼 업계와 이용자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소통의 모습이 바뀐 만큼, 업계의 소통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간담회나 사과문을 통해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영업 비밀과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명확히 분리해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확률형 아이템 ‘영업 비밀’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용자에게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식을 하나 구매해도, 구성 성분을 소수점까지 투명하게 알 수 있는데, 게임은 왜 그것이 안되냐는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심지어 한국 게임 업계는 자율 규제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세세하게 공개해왔는데, 그동안은 영업비밀을 어떻게 공개했나. 왜 자율은 되고 의무는 안되나. 업계가 정말 ‘영업 비밀’을 지키기 원한다면,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용자 의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업계는 떠난 이용자 마음부터 되돌려야 한다. 이용자를 ‘패싱’하고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쉽지 않다. 진심을 담은 소통이 우선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