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 IT기업이 조용히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침투한다. 최근 국내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종료되자 대체 서비스로 ‘두박스'를 활용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서비스인 두박스는 공짜 데이터 전략을 내걸고 한국 시장 맹폭에 나섰다.

두박스 홍보 이미지 / 페이스북 홈페이지 갈무리
두박스 홍보 이미지 / 페이스북 홈페이지 갈무리
20일 클라우드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바이두의 일본 계열사 포핀이 만든 ‘두박스'가 2020년 국내 출시 이후 꾸준히 국내 이용자를 늘려나간다. 두박스는 바이두 클라우드 서비스 ‘넷디스크’의 해외 버전이다. 바이두 넷디스크는 해외 사용자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다.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는 비결은 바로 무료로 데이터 용량을 1테라바이트(TB)나 제공해 준다는 데 있다. 1TB 용량이면 영화 500편, 고음질 음악 2만5000개, 4800만화소 사진 10만장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네이버의 마이박스가 최대 30기가바이트(GB)를, 구글 클라우드가 15GB까지만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파격적인 용량인 셈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축소하는 중이다. 특히 이통3사는 나란히 2020년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은 ‘클라우드베리’를 종료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엠스토리지'와 ‘U+박스’를 종료했다.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삼성 클라우드'도 핵심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존 갤러리 동기화, 드라이브, 유료 저장공간 이용권 등의 서비스를 6월 30일까지만 제공한다.

6월 30일 이후에는 기존 삼성 클라우드에 동기화된 사진, 동영상 등 갤러리 파일 및 삼성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파일이 전부 삭제된다. 해당 기능은 MS 원드라이브를 통해서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원드라이브로의 이전은 3월 31일까지만 가능하다. 원드라이브의 경우 기본 제공 용량은 5GB에 그친다. 전 세계 10억명이 사용하는 구글 포토도 오는 6월 무제한 저장 공간을 종료하고,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내외 주요기업들의 연이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중단으로 대체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 속에서 ‘두박스'가 주목을 받는 구도다.

두박스는 2020년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하며 1TB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을 통한 로그인이 가능하다. 윈도우, 안드로이드, iOS 등 세 가지 운영체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나 앱스토어 리뷰 등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통 큰 무료 용량에 대부분 호평을 보인다.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노린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클라우드 수요를 공략 중이다. 특히 텐센트는 2017년 국내 리전을 만들고 2020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부여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까지 획득하며 국내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찜찜한 보안 논란

두박스가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겪는 것처럼 보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앱 리뷰에는 중국 정부가 데이터를 가져갈 것이라며 불신을 표하는 내용들도 눈에 띈다. 블로그 리뷰 등에도 중국 업체라 보안을 염려해 중요한 데이터는 옮기지 않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로 두박스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도 정부의 요청에 응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일본 번역체라 문구가 매끄럽지는 않지만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두박스는 법률, 법규, 법적 절차 혹은 정부 요구에 따르거나 사망 또는 심한 상해 방지의 합리적 수요가 있을 때 제3자에게 사용자 정보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두박스의 개인정보 정책 중 정부 요청 시 제3자에게 사용자 정보를 밝힐 수 있고, 필요 시 정보 삭제를 보류하겠다는 문구(빨간줄) / 앱스토어 갈무리
두박스의 개인정보 정책 중 정부 요청 시 제3자에게 사용자 정보를 밝힐 수 있고, 필요 시 정보 삭제를 보류하겠다는 문구(빨간줄) / 앱스토어 갈무리
해외에서는 이미 사용자가 클라우드에 올린 사진을 비식별화 된 빅데이터로 활용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EU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이같은 개인정보 보호인식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두는 정보유출 논란이 전력이 있는 업체기도 하다. 2020년 바이두 서치박스와 바이두 맵스는 정보유출 논란으로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보안업체 팔로알토는 해당 앱 사용자 장비의 고유 식별자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것이 발견해 구글에 제보했다.

이용자들의 보안 우려를 인식해서 인지 동영상 홍보에서도 두박스는 보안을 강조했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을 비롯한 클라우드 업체들은 처음에는 비정형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무료로 대용량 클라우드를 제공했지만 어느 정도 데이터셋을 확보한 후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며 "두박스도 데이터 확보를 위해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백도어 논란은 미국 클라우드 업체도 동일하게 문제삼을 수 있지만, 유독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보니 이용자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며 "구글 역시 사진을 빅데이터로 활용한 사례가 해외에서 발견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