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 체제 출범 후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개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유통업계는 ‘디지털DNA’를 강조한 나 부사장이 경험을 살려 롯데의 간편결제와 회원제를 대대적으로 손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쇼핑은 당장 롯데마트가 갖춘 신선식품 경쟁력을 롯데온에 접목시킨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온·오프라인 시너지와 신선식품을 앞세운 신세계 SSG닷컴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부사장 / 롯데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부사장 / 롯데
롯데그룹은 최근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e커머스사업부장으로 임명했다. 직급은 부사장이다.

롯데그룹은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을 필두로 백화점·마트·슈퍼마켓·e커머스 등 4개 부문 대표를 사업부장으로 뒀다. 2021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승진한 황범석 롯데백화점 부문장만 부사장급이었고 나머지는 전무급이다.

유통업계는 롯데그룹이 외부 인사인 나영호 사업부장에게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이 롯데가 e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만큼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나영호 e커머스 사업부장은 이베이코리아 재적 시절 G마켓과 옥션의 충성 고객을 늘리는데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 나 부사장은 e커머스 전문가로 불린다.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e커머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유료회원 서비스 ‘스마일클럽’과 간편결제 시스템인 ‘스마일페이’, 현대카드와 함께 선보인 신용카드 ‘스마일카드’ 등 ‘스마일’ 시리즈가 나영호 부사장의 손을 거쳐 탄생됐다.

나 부사장은 간편결제 고도화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나영호 부사장 영입에 앞서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모바일 e쿠폰 사업을 68억원에 양수하고 자체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를 도입하는 등 결제 시스템 재정비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14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나 부사장이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려 롯데의 회원제와 엘페이 간편결제 등을 대대적으로 손 볼 것으로 전망된다"며 "쿠팡과 이베이가 회원제를 통한 락인(Lock-in)효과를 통해 실적을 높인만큼 나 부사장도 롯데온 충성고객 늘리기에 힘 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마일클럽은 이베이코리아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시작한 스마일페이 사용자는 2020년말 기준 누적 1500만명, 스마일클럽 회원은 300만명에 달한다. G마켓옥션G9 등 e커머스 플랫폼을 스마일클럽으로 묶어 일원화시켰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이 최근 일부 지분 인수를 통해 투자에 나선 ‘중고나라’와의 시너지도 나영호 부사장의 숙제다.

나영호 부사장은 취임 후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디지털 DNA’를 강조했다. 나 부사장은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며 "저는 이베이 출신이 아니라 ‘인터넷 출신’이고 ‘디지털 DNA’를 가진 사람이다. 여러분도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자"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우선 롯데마트가 가진 신선식품 경쟁력을 롯데온에 접목시킨다. 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 시너지 강화로 충성 고객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마트와 연계해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있는 신세계 SSG닷컴과의 맞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온은 28일 출범 1주년을 맞이하지만, 아직 경쟁사와 비교해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2020년 거래액 역시 7조6000억원으로, 네이버·쿠팡·이베이코리아 등이 거래액이 20조원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전년 대비 19.1% 성장했지만 롯데온은 7% 성장에 머물렀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