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달비 펑펑 올리는데 라면값 인상은 왜 막나

입력 2021.07.29 06:00

교촌치킨 가맹점 업주가 상품 배달비를 1000원씩 인상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단체는 잠잠하다. 얼마전 오뚜기가 13년 4개월만에 진라면의 가격을 86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득달같이 달려들던 것과 비교하면 이상한 행보다.

오뚜기를 비롯한 라면 업계는 밀가루와 팜유 등 식품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고충이 크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이나 3위인 삼양식품 등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한가지며, 총대를 맨 오뚜기는 여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소비자교육중앙회 등 11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비판 성명을 내며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

2021년 1분기 기준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소맥 선물가격은 메가톤당 202달러(23만3100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올랐다. 현물가격 기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값은 메가톤당 627달러(72만3500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했다.

식품업계 역시 라면 생산 원가 축소를 위한 상당한 노력을 했다. 오뚜기의 경우 설비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노력과 함께 원료 및 포장재, 유틸리티 비용 절감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2010년에는 서민경제에 보탬을 주기 위해 라면 제품군 가격을 최대 6.7% 인하하기도 했다.

라면 업계가 100원도 안되는 가격을 올리느라 눈치를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배달업계의 배달비는 그야말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배달료는 배민원과 쿠팡이츠 등 단건배달을 기준으로 현재 5000원이다. 배달비는 해당 금액을 점주와 소비자가 분담을 한다. 보통 소비자가 2000~3000원을 내고 나머지를 업주가 부담하는 식이다.

하지만, 배달앱을 직접 켜보면 배달 플랫폼이 정해놓은 5000원을 넘어 배달비 6000원을 받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소비자단체가 높은 배달비를 빌미로 항의에 나섰다는 발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86원에 그렇게 인색하게 굴더니 배달비 1000원 인상에는 그렇게 인자할 수가 없다. 개당 1000원도 안하는 라면을 하나 더 먹을 수 있는 돈인데도 말이다.

라면은 과거 ‘국민의 제2 주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생활필수품이라는 지위를 갖기도 했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을 때 라면이라도 편하게 먹도록 하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 현재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라면 판매로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 13년간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으면, 이제는 좀 풀어줘도 되는 것 아닐까. 신기술 기반 배달업체의 득세 속에 라면값 86원 올린 후 비난을 받는 오뚜기를 비롯한 라면 업계의 고충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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