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안 진단] 이정문 의원 “실명계좌 발급은 행정행위, 명확한 기준 공개 추진”

입력 2021.09.18 06:00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이 가상자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 발급 업무가 사실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명계좌 가이드라인 공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 상 신고접수 유예기한이 만료되는 24일 이후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예상, 금융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이정문 의원실
특금법 신고수리 요건인 실명계좌는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절대반지’다. 발급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은행이 자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는 다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줬다.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에 4대 거래소만 실명계좌를 발급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올 수 있는 배경에도 이같은 내용이 자리한다.

규제 불확실성은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와 거래소에 상장된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생사, 여기에 종사하는 수많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좌우하게 됐다. 민주당에서 가상자산 TF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정문 의원은 정부의 방기가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행 특금법이 두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봤다. 우선 사업자의 책임 범위가 좁아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일정한 범죄에 연루된 경우 신고수리가 거부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정문 의원은 지난 4월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도 신고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불명확한 규제 허들이다. 이 의원은 실명계좌 발급 절차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판단냈다.

이정문 의원은 최근 IT조선과 만나 "오는 24일부로 특금법 신고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사업자는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원화마켓을 닫아야 한다"며 "줄폐업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신고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폐업과 영업중단으로 인힌 ‘코인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실명계좌 발급의 법적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저간의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나아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위탁한 심사 업무 자체가 사실상 행정행위의 성격을 갖는 점을 감안, 민간 은행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심사기준이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가상자산 TF 활동도 실명계좌 발급 개선과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한 시장 육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부처와 가상자산 사업자와 개발자, 전문가 등의 면담을 마쳤고 지난 14일 금융당국과 정부부처에 관련 의견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미래금융의 큰 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가상자산 투자 광풍을 목도하고 이정엽 회생법원 부장판사가 쓴 ‘블록체이니즘 선언’을 읽은 후 시장에 대한 의구심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는 "단순히 젊은이들이 돈 벌겠다고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며 "가상자산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과학·산업 기술 측면에서 바라볼 때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라고 평가했다.

이정문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일침을 놨다. 육성과 규제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문 의원은 "적극적으로 육성하지는 못할지언정 어깃장만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부작용을 제어해야 한다. 산업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정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정문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이정문 의원실
― 가상자산 법제화 중 가장 시급히 다뤄져야 하는 내용은?

"투자자 보호 강화와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절차 개선 등 두 가지다.

오는 24일부로 특금법 신고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사업자는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원화마켓을 닫아야 한다. 현재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은 곳은 ‘빅4’다. 이외 중소거래소가 폐쇄할 경우 미신고 거래소에만 상장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나머지 소액 코인)’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는 투자금 손실과 투자금 인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들의 줄폐업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업자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실명계좌에 대한 발급 기준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자금세탁 범죄가 터질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이 지도록 했다.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에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범죄에 따른 책임을 무작정 민간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은행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

― 개선 계획은.

"이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포함해 금융당국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투자자 보호와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절차 개선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현재 논의 중인 가상자산 업권법에 해당 내용들을 반영하는 것 역시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신고 기한까지 충분한 자금세탁방지 능력을 갖춘 거래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미신고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폐업과 영업중단으로 인힌 ‘코인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미리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거나 안전한 거래소로 옮길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하겠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위탁한 심사 업무 자체가 사실상 행정행위의 성격을 갖는 점을 감안, 민간 은행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심사기준이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신임 금융위원장에게 당부할 내용은.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의 임명을 축하한다. 금융위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다. 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 디지털 금융 혁신 등 주요 금융 현안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해 금융당국을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관료 출신 수장으로 교체된 기관이 통상 민감한 사안에는 소극적으로 임해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관료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정책과 행정을 펼쳐주길 당부한다."

― 금융위원회에 당부할 내용은.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에 대한 관리·감독과 제도개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무 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화와 투명성을 확보해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 민주당의 가상자산 TF 특위의 활동 내용이 궁금하다.

"국조실, 기재부, 법무부, 경찰청 등 정부 부처와 첫 회의를 진행한 후 학계, 전문가, 사업자, 개발자 등 업계 간담회를 진행했다. 가상자산 TF는 2~3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인다. 의견을 수렴했으니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 모임 결과 특금법 개정안 등의 적극적인 개선안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개정안과 업권법이 발의됐다. 윤창현 의원과 이용우 의원 등이 개별적으로 업권법을 냈다. 특금법이 시행되니 이와 관련해서 시행 유예를 늦춘 내용을 담은 여러 의원 발의가 있는데 물리적으로는 쉽지 않다.

업비트의 독점 문제도 안 나올 수 없다.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4대 거래소로는 독과점이다. 그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간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업비트 독점은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도적인 결함이나 미비점으로 인한 결과라면 시정해야한다. 시장 횡포가 있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 여당은 특금법 유예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법 시행 당시에 이렇게까지 사업자 신고가 안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적인 애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초 일정을 가능한 유지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거래소가 사업자 신고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소한 ISMS 인증을 이미 확보했거나 신고 기한 전까지 확보가 가능한 거래소 중 실명계좌 심사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 거래소들을 위한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다."

― 여당 내에서 특금법 유예를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당내 가상자산 TF에서도 이와 관련해 회의 때마다 다루고 있다. 정부의 입장이 있어서 드러내놓고 유예를 추진하자고 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할 사안으로 보인다. 정무위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 여당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TF가 이러한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TF를 만든 것은 가상자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를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육성해보자는 취지다. 시장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적극 육성하지는 못할지언정 어깃장만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부작용을 제어해야 한다. 산업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정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바란다."

― 국회의원으로 입성하고 가상자산 TF로 활동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는지.

"지난해 말부터 올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비트코인 광풍이 일면서 공부를 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확진자 밀접 접촉으로 열흘정도 격리한 적이 있다. 이때 비트코인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단순히 젊은이들이 돈 벌겠다고 뛰어든 것은 아니더라.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10여년 전부터 개발했고 그동안 등락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신금융이 될지 모르겠지만 큰 줄기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

화폐 기능을 넘어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은 산업에서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NFT(대체불가능토큰)가 훈민정음이나 미술품 등에 사용된 사례를 보면 가상자산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과학·산업 기술 측면에서 바라볼 때다."

― 어떤 책을 읽었나.

"이정엽 부장판사의 블록체이니즘 선언이다. 책이 매우 잘 돼있다."

― 가상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한다고 보나.

"이미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뱅킹이 도입될 때만 해도 그게 되겠냐 했는데 지금은 기존 은행도 인터넷뱅킹을 안하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꽤 성장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산업 융합 시너지도 기대된다."

― '2030' 660만 가상자산 투자자에 할 마디 한다면?

"올해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세계적으로 코인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 중심에 있다. 심지어 최근 언론보도에 10대 투자자의 예치금도 수십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다. 젊은 세대의 코인 투자는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이제 가상자산도 엄연한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자리잡고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박과 같은 투기적 요소를 배제하고 정말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쌓은 이후 신중하게 결정해주길 당부드린다."

― 정무위 활동 소감은.

"임기 첫 해인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여당 정무위원으로서 공정경제 3법을 비롯한 여러 경제 개혁 법안들을 처리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착오송금 구제등 민생현안들을 점검하고 실제적인 제도개선을 이끌어 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 특히 정무위원회는 갑을 관계나 소비자 보호 문제등 국민 생활에 직접 직결되는 위원회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가 큰 상임위다. 그만큼 소명 의식도 강해지고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려 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선제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범죄자의 시장 진입을 방지하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나아가 투자자들이 제도 미비로 불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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