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그래픽카드 시장이 또 한 번 술렁인다. 암호화폐로 인한 ‘그래픽카드 대란’이 한풀 꺾인 가운데, 그간 엔비디아와 AMD 두 회사가 주도하고 있던 그래픽카드 시장에 ‘인텔’의 참전 소식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인텔이 그래픽카드 시장 참전을 결심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인공지능(AI)의 연구개발이 데이터센터 업계의 새로운 핵심 산업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와 GPU(그래픽 프로세스 유닛)의 컴퓨팅 가속 기술을 활용, AI를 시작으로 ITC 업계 전반에서 승승장구하자 GPU의 유용성과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2017년 말 AMD의 그래픽카드 부문 수장이었던 라자 코두리 부사장을 자사의 비주얼 컴퓨팅 부문의 수석 부사장 겸 수석 설계자로 영입했고, 자체 GPU와 그래픽카드 개발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2020년 ‘Xe 그래픽스’라는 새로운 그래픽 아키텍처를 선보이고, 이듬해인 2021년 1월 Xe 그래픽스 기반 일반 PC용 그래픽카드인 코드명 ‘DG1’을 발표했다. 다만, 인텔은 DG1을 발표만 했을 뿐, 실제 시장에 출시하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인텔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는 같은 해인 2021년 8월 발표한 새로운 고성능 그래픽 브랜드 ‘아크(ARC)’다. 그 첫 제품인 코드명 ‘알케미스트(Alchemist)’가 2022년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텔의 그래픽카드 시장 참전이 그간 업계에서 이슈가 되지 못한 것은 2021년 내내 업계 전체를 뒤흔든 ‘암호화폐 채굴 대란’과 전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때문이다. 여기에, 인텔이 그래픽카드 업계에서는 신규 업체나 다름없고, 실력을 증명할 만한 ‘실물’이 없었던 것도 이슈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인텔 역시 발표만 했을 뿐, 딱히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인텔의 그래픽카드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2다. 그래픽카드 사업의 진척상황을 업데이트하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을 공개한 것.
특히 CES 2022 시기에 맞춰 인텔이 관련 업계와 개발자들에게 테스트용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유출된 성능은 보급형 모델이 대략 엔비디아의 3년 전 모델인 지포스 GTX 1060 수준이지만, 고급형 모델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최신 고급형 모델인 ‘RTX 3070’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최근 선보인 새로운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3050’은 평범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그간 ‘살만한 제품’이 없던 그래픽카드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관망만 하던 소비자들도 다시금 지갑을 열고 새 그래픽카드와 이를 탑재한 PC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3050 출시 이후, 중하급 그래픽카드의 시세도 빠르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인텔까지 가세하면 여전히 혼란한 그래픽카드 시장 안정화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텔의 참전으로 그래픽카드 시장에 본격적인 삼파전이 시작되면 엔비디아와 AMD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견제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난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존의 GPU 및 그래픽카드 전략을 재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능에서 훨씬 앞선다고 하더라도 인텔의 막강한 투자 능력과 업계 영향력, 마케팅 파워, 기술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인텔이 자사 GPU 생산을 위해 TSMC의 최신 6나노 공정 캐파(생산능력)의 상당량을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와 AMD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래픽카드 시장 삼파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업체 간 경쟁은 기술과 성능의 발전을 유도하고, 재화의 가격 상승은 억제한다. 즉, 인텔과 엔비디아, AMD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는 더 좋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경쟁을 통해 더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올 한해도 그래픽카드 시장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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