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SG메타버스 포럼’이 1월 18일 출범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학회장으로 있는 대한경영학회를 비롯해 총 53개의 학회와 기업, 협회 등이 함께 했다.

ESG와 메타버스는 최근 각광받는 키워드지만 이 둘의 조합은 아직은 생소하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Social·Governance)를 뜻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관심을 끌며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숙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국가ESG연구원 원장)를 만나 ESG메타버스란 무엇이며, 왜 이 시기에 ESG메타버스를 말하는지 들어봤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국정 기자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국정 기자
―ESG메타버스란 무엇인가?

"ESG와 메타버스는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메가 트렌드다. ESG도 혁명, 메타버스도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를 사람들은 별개처럼 생각한다. 특히 메타버스를 얘기하는 사람들 중 메타버스 내 ESG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메타버스에서도 ESG를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산업 초기부터 ESG를 염두에 두고 메타버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메타버스는 현실과 점점 동일해 질 것이다. ESG는 처음에는 현실에서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됐는데 이제 중요성이 커졌다. 이와 같이 지금은 메타버스 내에서 ESG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비중이나 역할은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초기에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도 촌스러웠다. 현실감이 아주 떨어졌는데 점점 현실하고 구분이 안 된다. 그러니까 메타버스 개발자 같은 이들도 ESG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ESG,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지만 잘 모른다. ESG를 우리 말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ESG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ESG는 보통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고 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틀렸다. E(Environment)가 환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S(Social)는 사회라고 하는데 틀렸다.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나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이라고 해야 맞다. G(Governance)도 지배구조라고 말하는데 아니다. ESG는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Governance에서 지배구조는 아주 일부분이다. 투명 경영, 윤리경영이라고 해야 맞다.

결국 ESG의 정확한 뜻은 환경·책임·투명 경영이 맞다고 본다. 언론도 일부만 제대로 쓰고 있다. 다만 최근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이 ESG 경영을 환경·사회·투명 경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굉장히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ESG 세 가지 요소 중에 두 가지 표현을 틀리게 썼는데, 그나마 한 가지를 과감하게 바로잡으려 하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굉장히 편협됐다. 어떤 책에서는 메타버스를 디지털 지구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디지털 우주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 산업 전망도 잘못됐다. 2030년 메타버스 시장 예상 규모로 자주 언급되는 1700조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시장만을 포함한 것이다. 실제로는 어림잡아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1경 정도라고 보면 된다."

―ESG 현실은 어떻다고 평가하나?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말이 있다. 친환경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그런데 ESG워싱이 있다. ESG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상당히 많다. 모 대기업에서는 쓰레기를 줍고 ESG 활동이라고 홍보한다. 억지로 하면 ESG일수도 있지만 수준 낮은 ESG다. 좀 더 수준 높은 ESG를 했으면 좋겠다.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등 당장 탄소 중립 문제만해도 찾아보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많다. 어떤 기업은 요란하게 ESG 경영을 한다고 하면서 석탄 발전에 투자한다. 그리고 국내 기업 대부분이 홍보 목적으로 ESG를 활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ESG를 하더라도 조용히 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현실은 어떻나?

"지금 나와 있는 메타버스의 문제점은 다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원래 메타버스 개념은 공유 플랫폼(Shared Platform)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공유가 안 되고 있다. 각각 따로 놀면 그건 진정한 메타버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따로 있으니까 중복되는 것도 많고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초기니까 메타버스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 협력하면 서로 연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협력도 ESG메타버스 차원 중 하나라고 본다."

―ESG메타버스 포럼 출범했다. 어떤 포럼이고 앞으로의 계획은?

"ESG, 메타버스에 관심 있는 학회, 협회, 기업, 연구소 53개가 모였다. 다 모으면 회원만 10만명이 넘는다. 공동으로 양해각서(MOU) 작성하고 ESG와 메타버스 관련해서 산학협력 활발하게 하기로 했다. 포럼을 통해 정책 방향도 제안하고 메타버스 아카데미, ESG 아카데미 등 교육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학회나 포럼이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ESG메타버스와 관련된 좋은 사례를 많이 찾아 학술대회 등을 통해 서로 공유하려고 한다. 기존 학술대회에 가면 거의 99% 이상 교수가 발표하는데 최소 50% 이상은 기업이 발표하게 하려고 한다. 잘 안 하려고 하겠지만 실패 경험이나 어려웠던 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행사로 개최할 예정이다. 현실에서의 ESG를 서로 많이 공유하면 그게 또 메타버스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갈 방향이 ESG 메타버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ESG 강국, 메타버스 강국이 돼야 한다. 많은 일자리가 거기에 있다. 관심이 큰 만큼 정확하게 이해하고 창업 지원 등 투자를 많이 하면 분명 성과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