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규모 월패드 해킹 사건 이후, 아파트 세대의 홈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해킹 사건은 일부 세대의 월패드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내부 영상이 외부에서 불법으로 열람된 사례로, 세대 간 단일 네트워크 구조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후 2022년 7월부터 신축 아파트에는 세대 간 망분리 의무화가 시행됐고, 2024년 5월에는 구축 단지를 포함한 전체 공동주택 보안 강화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명문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단지 전체가 단일 네트워크로 묶인 구축 아파트는 실질적인 보안 대응책 마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와 새롭게 형성되는 보안 수요를 겨냥해, 국내 네트워크 보안 기업들은 신축과 구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솔루션 제안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사, 스마트홈 기기 기업, 관리업체,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대상으로 단지 내 네트워크 취약성과 보안 강화 필요성을 설명하며 물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 전문기업 스콥정보통신은 신축 아파트는 물론 구축 아파트에서도 세대 방문 없이 세대 간 망분리를 구현할 수 있는 VLAN(가상근거리통신망)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단지 내 주 통신설비실(MDF실)에 장비를 설치한 뒤 망 구성만 조정하면 각 세대 간 접근을 차단하고 인가받지 않은 단말의 접근도 차단할 수 있어 대규모 장비 교체나 세대별 공사 부담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콥정보통신 관계자는 “세대 방문 없이 적용할 수 있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산의 한 대형 랜드마크 아파트는 3일 만에 설치를 완료했다”며 “올해만 10곳 이상의 아파트 단지 사례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트워크 보안 전문기업인 엑스게이트도 구축 아파트를 위한 SSL VPN(보안소켓계층 가상사설망) 기반의 전용 제품군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참여하고 있다. 엑스게이트 관계자는 “공동주택 보안 요구가 높아지면서 세대 내부와 공용부, 소프트웨어 기반 등 모든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신축 단지는 물론 구축 단지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며시장 요구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누적 고객사는 31곳에 달한다”며 “내년에는 보안관제 및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선보이고, 양자 암호를 적용한 프리미엄 전용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안 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전문기업인 코맥스(COMMAX)도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구축 단지의 출입 및 홈네트워크 환경 개선 흐름에 맞춰 이달 중순 클라우드 기반 출입관리 솔루션 ‘클라우드/모바일 엔트리(Cloud/Mobile Entry)’를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기존 배선을 대부분 유지한 채 로비폰, 세대 월패드, 경비실 단말을 클라우드 서버와 연동해 모바일 출입, 방문자 승인, 영상통화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다. 리모델링이나 노후 단지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처럼 구축 아파트 단지의 보안 공백이라는 틈새 시장을 노린 보안 기업들이 기술력을 강화하고 물밑 영업에 나서면서 업체간 경쟁도 조금씩 가열되고 있다.
스콥정보통신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의 홈네트워크는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단지 전체로 확산 가능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관리 주체와 입주민들은 세대 간 망분리와 클라우드 기반 출입관리 등 간편하고 현실적인 기술 중심의 보안 체계 도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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