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텔의 13, 14세대 코어 프로세서 일부 모델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정 게임 실행 등의 상황에서 에러가 발생하는 등 불안정한 동작을 보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텔은 이에 대해 새로운 메인보드 설정 ‘추천값’을 제시했고,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이를 반영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제기된 제품 안정성 관련 문제는 13, 14세대 코어 i7, i9 K 시리즈 등 고성능 제품군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3, 14세대 코어 ‘K 시리즈’는 오버클럭킹도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서로, 많은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이 프로세서를 사용시 기본 설정값으로 전력 제한 ‘무제한’을 기본으로 적용하는데 이 부분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문제는 ‘철권 8’ 등 최신 게임을 실행할 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비디오 메모리 관련 에러 메시지를 띄우는 현상 등으로 처음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게임 이외에도 여러 가지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픽게임즈 툴즈(Epic Games Tools)’는 이 문제가 특정 게임에 한정된 것이 아닌, AVX 명령어를 사용하는 고부하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최근 드라이버 업데이트에서 이 문제가 자사 그래픽카드의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상당수의 메인보드들이 성능을 위해 인텔의 기본 사양을 넘어선 무리한 ‘최적화’ 설정을 기본 적용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인텔의 코어 14세대 i9-14900K 프로세서는 공식적으로는 열설계전력(TDP) 125W, 최대 터보 전력(MTP) 253W 설정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Z790 칩셋 기반 메인보드에서는 이 기본 설정 대신 모든 주요 전력제한을 해제한 ‘무제한’을 기본 적용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무제한’ 설정은 오버클럭킹이 아니더라도 프로세서에 무리를 주는 ‘회색지대’에 있다. 특히 3열급 수랭 쿨러 등 높은 쿨링 성능을 갖춘 시스템에서는 프로세서에 탑재된 각종 안전장치들이 조건에 따라 동작하지 않으면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인텔은 이번 상황에 대해 “협력사들과 함께 프로세서 기반 특정 워크로드에서 보이는 불안정성에 대한 최근의 사용자 보고 건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안정성 향상을 위한 ‘추천 설정’을 제시했다.
이번 ‘추천 설정’은 기존 코어 14세대 프로세서의 설정 가이드라인과 큰 차이 없이 어느 정도의 설정 가변성을 제공하지만, CEP(Current Excursion Protection) 활성화와 ‘ICCMax’ 400A 미만 설정 제안 정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TVB(Thermal Velocity Boost) 등 여타 부스트 기능은 모두 활성화 상태를 추천하고, PL1/PL2 전력 제한도 사용자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설정만 놓고 보면, 인텔은 ‘과전류’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모양새다.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이러한 인텔의 가이드라인에 맞춘 새로운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성능의 고급형 메인보드들에서 기본값은 ‘무제한’이고, 인텔의 권장 설정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에이수스의 메인보드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인텔의 베이스라인 프로파일 적용에 대한 안내와 관련 메뉴를 추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 설정은 ‘무제한’ 설정으로, 인텔의 기본 프로파일 설정시 ‘최적 성능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뜬다.
또한 이 ‘추천 설정’도 메인보드 제조사마다 다른 것으로 확인된다. 에이수스나 MSI 등의 프로파일도 인텔의 추천값보다 다소 낮은 전류 제한을 적용하는 모습이지만, 기가바이트의 경우 PL1/2 설정까지 대폭 낮춘 설정값을 적용하는 모습이다. 한편, 기가바이트의 경우는 펌웨어 업데이트 이전에도 제대로 된 기본 설정을 제공하지 않았던 바 있다.
기존에 ‘무제한’ 설정을 사용하던 사용자라면 새로운 권장 설정을 적용할 경우 조건에 따라 5~10% 정도의 성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IT조선의 테스트 결과로는 TDP 300W 이하의 성능을 갖춘 쿨러를 사용한다면 성능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TDP 300W 이상 고성능 쿨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제한 설정 대비 다소 성능 차이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 때도 일반적인 게이밍 등의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만약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사용자라면, 국내 정식 유통된 ‘정품 CPU’는 공인대리점 3사를 통해 확인, 처리하면 된다. 단, 무제한 설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인텔의 권장 설정에서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교환 처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이 문제가 조립 PC가 아닌 완제품 PC 에서 나타난다면 보증 책임은 PC 제조사에 있다.
한편, 인텔은 공식적으로 “이번 문제에 대해 파트너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전달한 설정 가이드라인은 현재 시점에서의 안정성 향상을 위한 권고다”라고 강조하며, 이번 문제가 온전히 보드 제조사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정도는 용인돼 오던 설정 자유도 측면에 대한 책임 소재 부분이 다시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