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만들고 국내 사용자가 대부분인 코인이 정작 한국에서의 철수를 선언했다.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는 의혹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지난 24일 국가별 정책에 따라 한국 IP를 차단하겠다 밝힌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 이야기다. 지난 2월 검찰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가 ‘미등록 사업자’로 의심된다며 조사에 착수하자 아예 국내 서비스를 접겠다고 했다. 

회사측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한다. 처음부터 신고를 회피하려 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신고제도가 시행될 당시 자진신고를 하려했지만, 기준이 명확치 않아 자신들이 해당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듣고 보면 국내 시장 이용자가 80%인 상황에 굳이 비신고 업체라는 위험을 감수하려 했을까 싶어 수긍이 가기는 한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됐지만,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암호 키 통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가상자산과 원화간 환전은 어느정도까지 가능한지 명확하지 않다. 산업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멈춰있는 제도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통제에만 여념이 없는 사이, 코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수는 대략 627만명, 벌써 전국민의 10%가 넘는다. 전체 가상자산 거래금액이 더 큰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높은 비중이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거래량은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바로 다음 순위다. 

투자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어느새 주식을 앞질렀다. 최근 한 컨설팅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주식보다 26.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주식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큰 다른 나라들과 비교되는 수치다. 위메이드 관련 소식에 먼저 움직인 것도 상장사 '위메이드'의 주식이 아닌 가상자산 ‘위믹스’ 가격이었다. 

이러한 마당에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가상자산 서비스들을 모두 제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다.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거래소도, IP를 차단한 곳도 이미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용하겠다는 한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국민들의 열광적 관심을 강제로 막기는 힘들어진 지 오래다. 비트코인은 1억원에 육박하고, 이미 미국에서는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다. 올 7월 시행하겠다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대해 업계에서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쇄국보다 산업의 성장 속도와 발맞춰 나아가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제도와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