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 쿠마르 구스할로 캐피탈매니지먼트 CEO
"AI가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금융이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금융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체될 것입니다."
AI(인공지능)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요즘, 투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생성형AI의 등장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요약·분석하는 일이 쉬워졌다. 이는 시간과 공간,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생성형AI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언어와 감정 등 비정형화된 정보까지 분석해낸다. 펀드 운용과 주식 투자에 있어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진단이다.
미국 뉴욕에서 AI 기반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고 운용하는 크리슈나 쿠마르(Krishna Kumar) 구스할로 캐피탈메니지먼트 대표(CEO 겸 CIO)는 “AI 툴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빨리, 많은 수익을 내게 한다”고 말했다.
쿠마르 대표는 “AI의 등장은 10년전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줬다”며 “특히 비정형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에 있어)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T조선이 주최한 디지털금융포럼 기조연설자로 한국에 왔다. 씨티와 바클레이즈 같은 글로벌 IB에서 퀀트 투자(계량적 분석을 이용한 투자)로 커리어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헤지펀드인 오메가 어드바이저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했다.
월가에서도 AI는 핵심 과제다. 퀀트 투자를 한 단계 진화시켜 보다 빠르고 정확한 투자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고 있는 그에게서 작금 월가의 분위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크리슈나 쿠마르 대표와의 일문일답.
─ 구스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한국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겠다. 어떤 회사인가?
"글로벌한 거시 경제 관점에서 투자를 하기 위해 설립했다. 미국의 투자회사나 다른 시장의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미국 기업, 미국 시장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는 한국, 중국, 일본 시장을 비롯해 신흥국 등 흥미로운 투자 테마가 있는데 이러한 시장들이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투자 철학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치주 위주의 투자를 통해 트랜디한 종목뿐 아니라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종목에도 투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전 마진을 지키는 것이다. 자산에 투자하거나 매입할 때 하방 리스크가 큰 것보다는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 AI(인공지능), 특히 머신러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최근의 AI 머신러닝은 과거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예전엔 지금 만큼의 데이터가 없었고 이정도를 분석해 낼 만한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없었다. 이제는 상장 주식, 옵션 등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이런 데이터들을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미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해양 정보를 활용해 기상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 등이다. 한국에 있는 작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 수도 있고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10년 전엔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 진 것이다. 더불어 자동화를 통한 비약적인 발전도 있었다. 수기로 하던 일들을 자동화시켜 오류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가 소규모 팀이지만 비즈니스를 늘리는데 AI가 필수적인 이유다."
─ AI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전과 후의 차이점이 있다면.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인 거래 감지 능력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본다. 인간은 모든 걸 모니터링 할 수 없지만 AI, GPT(생성형 AI)와 같은 툴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감시 하고 비정상적인 이벤트가 있다면 발견해 낼 수 있다.
특정 이벤트가 있는 것인지, 단순히 불량한 데이터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겨난 일인지 등도 판단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 퀀트 투자에 있어서 AI는 어떤가. 앞으로 AI 활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나.
"과거와 달리 전혀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까지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단순한 문서 번역을 넘어서 대화할 때의 단어 뉘앙스, 분위기 등을 분석하게 됐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회에서 CEO나 CFO들의 말뿐 아니라 행간을 분석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펀드 매너저의 입장에서 이런 데이터가 많아지면 투자 대상 유니버스가 확장됐다고 느낀다. 비정형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다."
─ 10년 후 AI 펀드 투자 분야의 주요 변화를 예상한다면.
"새로운 ‘사이클’이 생길 것이다. AI를 먼저 사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빨리 효용(이익)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곧 대부분의 사람들이 AI를 이용하게 되면서 같은 결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시간의 문제이지 모두가 AI의 효용을 누리게 된다는 뜻이다.
AI를 투자에 이용해 이익을 내면 그것을 본 후발주자들이 따라 하게 되고 선발주자들의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선발주자들은 기존의 AI툴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고 또 다른 후발주자들이 생겨나는 것과 같은 사이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 AI 퀀트 투자 분야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은.
"AI 퀀트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고 야구 경기 9회 중에 한 2회쯤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데이터의 품질과 투자 사이클이다. 데이터 품질이 좋아야 분석 결과도 믿을 수 있다. 특히 투자 사이클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객관화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크리슈나 쿠마르 대표는
2020년 구스 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2021년부터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 통화 시장 등 다양한 부문을 통해 나타나는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이에 앞서 씨티(CItigrou)그룹 바이스 프레지턴드(Vice President), 바클레이 캐피탈(Barclay Capital) 디렉터, 오메가(Omega Advisors) 포트폴리오 매니저, MKP 캐피탈(MKP Capital)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