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와콤코리아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와콤은 시장 경쟁을 넘어 시장과 사용자에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신뢰받는 기업을 지향하고자 한다.”
김주형 와콤코리아 대표는 한국지사 설립 20주년을 맞아 IT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하고, 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창작을 확장시키는 ‘플랫폼’ 솔루션 등 미래를 위한 준비 계획을 밝혔다.
김주형 와콤코리아 대표는 2002년 일본에 있는 와콤 본사에 입사한 후 2004년 와콤코리아 설립 시 한국 조직에 합류해 세일즈, 기업운용 부문 총괄 책임자로 한국 지사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 마케팅 부문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부터는 와콤코리아의 대표를 수행하고 있다.
와콤코리아 “지난 20년, 디지털 전환과 함께 성장”
김주형 대표는 와콤코리아 설립 후 지금까지 20년간의 여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그 중 가장 먼저 꼽은 것은 2010년 행정안전부와 함께 한 주민센터의 전자서명 솔루션 공급이다.
그는 “그 때만 해도 전자서명 솔루션에 대한 법적 효용성 논란 등이 있었고, 보수적인 정부 조직의 시스템에 와콤의 하드웨어를 접목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례는 관공서의 페이퍼리스 전자서명 솔루션으로 타블렛을 사용한 첫 사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는 ‘웹툰’ 시장의 태동과 성장이 큰 기회였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는 비대면 교육이 큰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교육 환경에서 매끄러운 학습 환경을 만드는 데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와콤의 타블렛이 이 때 기존 환경과 가장 간편히 연결됐다. 와콤 입장에서는 타블렛 보급에 큰 계기가 됐고, 당시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현재 와콤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한국 시장은 ‘브랜드’ 비즈니스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김 대표는 “현재 와콤코리아의 사업 비중은 크리에이티브 시장이 80% 정도고, 페이퍼리스나 전자사명 등의 비 크리에이티브 시장은 20% 수준이지만 점점 성장하고 있다. 일반 고객과 기업 고객의 기준으로 나누면 6대4 정도인데, 기업 고객군의 절반 정도가 웹툰 관련의 스튜디오나 교육기관, 공공기관, 에이전시 등이다”라고 말했다.
와콤의 비즈니스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부품 사업이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협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펜 타블렛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와콤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주형 대표는 “이미 기술적인 사양은 사람이 체감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기술적 사양 이상으로 실제 사용자가 사용할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 와콤의 제품은 직감적인 표현력과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와콤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사용자 커뮤니티, 기업과 교육계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스토어, 직영 콜센터와 수리 센터를 통한 고객 지원 등도 장점이다. 콜센터의 경우 로컬 운영하는 지역은 한국이 유일하며, 로컬 콜센터는 일반 고객들 뿐만 아니라 기업 고객들의 대응에서도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블렛 시장 접근성 높이고,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으로 확장” 계획
김주형 대표는 최근 크리에이티브 시장에 대해 “전문가 위주의 시장이 취미로 접근하는 일반 사용자에까지 넓어지고 있고, 1인 창작자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 웹툰 산업의 경우 플랫폼과 에이전시 위주로 일부 프로들에 수익 집중이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1인 창작자의 기회가 넓어질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최근 발표한 ‘와콤 무빙크’는 이러한 시장 트렌드를 위한 제품으로, 시장에서의 반응도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비즈니스에서의 전략 제품으로 신제품 ‘무빙크’와 전문가용 ‘신티크 프로’를 꼽았다. ‘무빙크’는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성을 강조했고, 아마추어 사용자는 물론 프로 사용자의 보조 기기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신티크 프로와 같은 ‘프로 펜 3’를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향후 전략 측면에서는 한국 시장의 ‘특성’에 주목했다. 시장 전반적으로 1인 창작자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 IP의 OSMU(One-source Multi-use) 등 ‘컨버전스’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 창작 환경이나 산업 트렌드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변화에 필요한 제품을 적시에 투입하는 것은 물론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용 비즈니스에서 제공하는 렌탈형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도 넓혀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생태계 발전을 위한 사회환원이나 컨설팅, 학교에 대한 지원 등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도 준비하고 있다.
생태계 측면에서 좀 더 큰 그림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더 높은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작이 활성화되면서 저작권의 중요성이 높아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관리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본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했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와콤의 ‘프로젝트 머큐리(Project Mercury)’를 꼽는다. 이 프로젝트는 창작자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매끄러운 협업 환경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스플래시탑(Splashtop)과 함께 구축했다. 지난 1월 미국, 캐나다와 일본에서 공개 서비스를 발표한 바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