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처리 계획이 미흡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경‧공매 ‘꼼수 매각’을 지적받은 저축은행 업계가 이번 현장검사의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다리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는 당국의 거센 압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현장점검 이후 부동산PF 관련 경‧공매 매물이 쏟아질거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2금융권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1
금융당국이 '부동산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2금융권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1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계획이 미흡한 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대상과 시기는 미정이지만 부동산 PF 부실이 상대적으로 심하거나 재구조화 계획이 부족한 곳이 우선순위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PF대출과 토지담보대출이 높은 저축은행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서 저축은행 업계가 진행한 PF 정상화 펀드 조성 과정이 석연찮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중앙회는 5100억원 규모로 2차 정상화 펀드를 마련해 자금을 집행했다. 허나 출자금을 낸 저축은행과 이 펀드를 통해 PF사업장을 매각한 저축은행이 상당수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서는 ‘진성매각’이 이뤄졌는지 살피기 위해 이날까지 개별 저축은행에 정상화펀드에 매각한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꼼수 매각으로 버티기에 나선 저축은행들에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부실채권 정리는 경‧공매나 매각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저축은행업계의 정상화펀드 관련 진성매각 지적이 있는만큼 이를 살펴보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저축은행중앙회의 3차 정상화펀드 조성에도 제동을 걸었다. ‘꼼수 매각’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미 매각으로 처리됐지만 미매각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그동안 관련 채권 경‧공매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 사업장이 정상화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있어서다. 경‧공매 매물이 쏟아지게 되면 헐값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 손해를 보면서 팔기 보다는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버티기를 택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깨기 위해 금감원은 경‧공매 대상을 기존 부동산 PF 대출 원리금 6개월 이상 연체된 경우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경우로 축소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유찰 시 재공매까지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재공매시 입찰가격도 직전 최종 공매가보다 10% 가량 낮게 설정하도록 권고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경‧공매에 나서더라도 지난 2011년과 같은 저축은행 사태로 번질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10년간 성장을 이어온 만큼 손실을 감당할 만한 체력이 있다는 점과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수익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PF 연착륙이라는 큰 틀에서 당국의 정책에 발맞추겠지만 헐값 매각 규모에 따라 수익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공매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눈높이가 다른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저축은행의 경우 경공매 유찰 때마다 가격이 떨어지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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