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 고수익 논란과 부실한 내부통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이 논란이 된 우리은행을 비롯해 크고 작은 금융사고로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라 그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다르다.
은행 고수익 논란‧내부통제 부실 꼬집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9개 은행장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고 금융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은행의 역할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을 향한 논란을 하나씩 짚으며 작심 비판을 내놨다. 그는 “최근 은행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이 높은 대출 금리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돼 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을 두고 ‘이자장사’라는 지적이 되풀이됐다.
특히 최근 은행권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와 친인척 부적정 대출 등을 꼬집으며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며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성장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모델을 탈피하고, 디지털·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진력해야 한다”며 “정부도 은행권의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 내겠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 관심을 모았던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날(19일) 코로나19 확진으로 정작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직원 횡령 사건과 관련 공식적으로 사과했던터라, 새 금융위원장과의 만남을 앞두고도 별도 메시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관측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단 소나기는 피했다.
금감원은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규모가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금감원은 향후 법률검토를 거쳐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차주와 관련자의 위법혐의 등은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문턱 높인다…2단계 스트레스 DSR 강화
김 신임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이기도 한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한 마디했다. 그는 “은행권이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은행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달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를 적용해 문턱을 높인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상승으로 인해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수도권에 더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게 되면 주담대 한도 축소폭은 기존에 예상됐던 3~9%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은 은행 신용대출에도 적용된다.
소득 5000만원 차주가 30년 만기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는다면 스트레스 DSR 도입 전 3억억2900만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1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시엔 3억15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을 받으면 수도권은 2억8700만원, 비수도권은 3억200만원으로 지역별 차이까지 난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더라도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주담대는 스트레스 금리의 30~60%만 반영되는 만큼 실수요자 불편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은행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이런 산출 결과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필요시 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