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올해 터진 각종 금융사고를 문책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 목록에 다수의 금융권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횡령·배임을 비롯, 각종 금융사고가 많았던 터라 ‘내부통제 부실’을 놓고 금융권 인사에 대한 맹공이 펼쳐질 거란 전망이다.
7일 금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22대 국회의 첫 국감이 시작된다. 금융권에서는 10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14일 예금보험공사, 17일 금융감독원, 24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 등이 예정돼 있다.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의 최대 이슈는 단연 우리금융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350억원 친인척 부정 대출 사건을 비롯해 총 세 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지난달 말 공시한 55억원대 사기 혐의 금융사고 등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 건 또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도 DGB금융지주의 대구은행(현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에 관해 내부통제 부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 여부 역시 부당대출 관련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이에 관해 “(인수는) 인허가 문제가 있다 보니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금융이) 금융위나 감독원과 좀 소통했어야 하지만, 그런 소통이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외에 조병규 우리은행장까지 국감 증인으로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 총회 등을 이유로 해외출장 일정을 일찌감치 정해 이번 국감에서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다.
하지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별다른 해외 일정 없이 국감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국감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오해가 있는 부분은 확실하게 설명하는 등,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NH농협은행에서는 이석용 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NH농협에서도 올해에만 4차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세부적으로는 ▲109억원 규모 부당대출(2월) ▲53억원 규모 부동산 관련 배임(3월) ▲11억원 규모 분양자 대출사고(5월) ▲117억원 규모 횡령(8월) 등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 은행장은 KB금융그룹의 인도네시아 해외투자 손실과 관련 정무위 증인 명단에 올랐지만, 야당이 결정권자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출석을 요구함에 따라 일단 제외됐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 지분을 인수한 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자본잠식·영업 손실 등으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26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당시 8조1972억원 규모의 홍콩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양종희 회장은 KB국민은행 콜센터 감정노동자 문제에 관해 환경노동위원회 출석도 예고돼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IMF·WB 연차총회 출장을 예고해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KB금융은 지난해에도 윤종규 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당 일정 참석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이사는 OK금융그룹의 대규모 임원 겸임 이슈에 관한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한 OK금융은 ‘종합금융’으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지만, 최윤 OK금융 회장의 특수관계인(가족)을 비롯한 임원들이 그룹 자회사의 직책을 겸임하는 등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정무위는 최윤 회장 소환을 재추진하고 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와 신이한(XINYI HAN) 알리페이코리아 대표도 정무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카카오페이가 중국의 전자금융거래 업체 알리페이에 고객 정보를 부당하게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여야 간사 간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우선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급증세의 주된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꼽힌 데다 인터넷은행의 본래 취지 퇴색됐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물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