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언어 데이터 전문 기업 플리토는 "언어 장벽을 무너뜨려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미션 아래 전 세계인의 실시간 소통을 돕고 있다. 언어 데이터 가공 및 판매에서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을 최근에는 '라이브 트랜슬레이션' 솔루션으로 확장해 컨퍼런스, 국제행사 등에서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조선은 이정수 플리토 대표를 만나 AI 시대 새로운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플리토는 어떤 기업인가
“창업 초기부터 늘 언어 장벽을 무너뜨려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목표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영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이를 배우기 위한 교육 기회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교육 기회의 차이는 결국 정보에 접근할 기회의 불평등을 만든다. 그러나 바퀴의 발명으로 교통 혁명이 일어난 것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언어 장벽이 허물어지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거라 믿는다.
사업을 시작한 2012년 당시에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이 세상에 없었다. 그래서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데이터를 구축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도 기술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고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한 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AI 기반 통번역 솔루션 '라이브 트랜스레이션(Live Translation)'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아랍, 일본 등 국외 행사에서도 플리토의 통번역 서비스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본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해외 수출 500만달러(70억원)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수출로 70억원을 돌파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브 트랜슬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이다. 38개 언어를 지원하며 컨퍼런스, 박람회, 전시회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발표자와 청중이 모국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아부다비 왕세자 참석 행사, 일본 도쿄 빅사이트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플리토의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학 수업이나 컨퍼런스 등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3월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맥락을 이해하는 통번역을 제공하는 플리토의 경쟁력의 비결이 궁금하다
“비슷한 서비스는 여럿 있지만 플리토만의 강점은 '데이터'에 있다. 플리토는 데이터 기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고유명사 인식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례로 '몽촌토성'이라는 고유명사를 AI가 인식하기 위해선 10세부터 60세까지의 남녀 외국인이 해당 단어를 300번 정도 발화하는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플리토는 1400만 유저에게서 직접 제공받은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라이브 트랜슬레이션을 행사에 활용하는 경우에도 행사 전에 직접 주요 인사의 이름이나 전문 용어를 미리 학습시켜 정확한 통역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 번역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한 땀 한 땀 모으는 게 사실 AI 활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AI 통번역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향후 언어 학습의 필요성이 사라지진 않을까.
“현재 AI 통번역 기술의 수준은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이전에는 1~2점 수준이었으나,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5점까지 올랐다. 이후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도약해 현재는 8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인간과 기계를 나누는 상황이 1점 혹은 0.5점 차이일 수 있기에 완벽한 통번역을 위해서는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완벽한 통번역은 언젠간 인간이 목성에서 살 수 있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체가 될 수는 있지만 인간이 가진 섬세함을 대체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에 외국어 학습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는 도구라는 점에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본다.
플리토는 '사람의 영역은 사람의 영역이고, 기계의 영역은 기계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두 영역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원하는 도구로써 활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플리토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등과 협력하며 통역 인재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AI 통역 기술의 발전으로 통역사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거란 우려도 있지만 되려 AI 통역은 비용이나 여건 상 전문 통역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빛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전망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아직까지 온디바이스 AI 번역과 클라우드 기반 번역의 성능만 놓고 본다면 클라우드 기반의 결과물의 성과가 훨씬 높게 나온다. 온디바이스 AI는 뚜렷한 장점을 가지기에 많은 기업들이 이를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디바이스 기업 외에는 온디바이스용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플리토 또한 이 분야에서는 디바이스 회사, 반도체 회사들과 협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한 플리토는 온디바이스 AI의 다음은 NFC를 활용한 통신이라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에어드롭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온디바이스 AI가 NFC 기술과 결합되면 더욱 편리한 통신이 가능할 것이다. AI 통번역기에 사용자의 목소리를 입혀 각자의 모국어로 소통이 가능하게 하는 거다. 한국어로 말해도 상대방 휴대폰에는 영어로 전달이 되는 식이다.”
플리토의 향후 계획은?
“플리토는 장기적으로 초개인화 된 AI 통역 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용자 개인의 말투, 발음 습관 등을 100% 학습하고 통번역을 제공하는 '하이퍼 퍼스널라이제이션(Hyper-personalization)'이 AI 시장의 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R&D 투자를 지속하면서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