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환율이 다시 주요 고려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한 식당에서 G20 출장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G20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 공동취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한 식당에서 G20 출장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G20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 공동취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국내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오전 2시 종가 기준으로 1389.2원까지 상승했다. 7월 19일 종가(오전 2시 기준) 1390.2원 이후 3개월 여만에 가장 높게 올랐다. 14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의 경제 지표로 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지면서 '강달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내달 금통위에서 ▲수출 증가율 둔화세가 내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거시건전성 정책의 금융안정 효과 ▲미 대선이 끝난 뒤 달러 강세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성장률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고려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전분기 대비)을 0.134%로 발표했다.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던 전분기에서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한은이 8월에 예상했던 3분기 GDP 전망치 0.5%를 밑돌았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4분기(성장률)가 정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해 이 총재는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해놓고 약을 쓴 다음에 명의라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견해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