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보험업계 특허권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모두 판매 가능한 제3보험 영역에서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타보험사와 차별화를 통해 영업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24년 보험사들의 배타적사용권 획득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2024년 보험사들의 배타적사용권 획득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2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4년 보험사들의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는 총 3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인 18건에 비해 66.7%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사가 20건, 생명보험사가 10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사용권은 생손보협회가 독창성 있는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해당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보험업계 내 일종의 특허권으로 2001년 12월 도입됐다. 

현재 배타적사용권은 각 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배타적사용권 심의기준표 세부 평가기준인독창성·진보성·유용성·노력도 등 4가지 심사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점수에 따라 평균 80점~84점은 3개월, 85~89점은 6개월, 90~94점은 9개월의 독점 사용기간을 부여한다. 평균 95점 이상을 받으면 1년간 배타적사용권을 쓸 수 있다. 

손보사 중 올해 가장 많은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곳은 한화손해보험이다 한화손보는 출산지원금 지급 등 여성 건강보험 관련 배타적사용권 5건을 비롯해 총 7건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삼성화재 2건 ▲현대해상 2건 ▲DB손보 2건 등 순으로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 중에는 삼성생명의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이 각각 1건씩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생보사들이 주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부문은 보장성보험 상품에 치중된 걸로 나타났다. 실제 전체 생보사가 올해 취득한 배타적사용권 10건 중 저축성보험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보험업권에 특허권 경쟁이 심화 배경에는 생명보험산업의 업황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그간 생보사들은 예금 성격을 띤 저축성보험과 가장의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 위주로 상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등 환경 및 제도적 요인 탓에 업황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2023년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생보사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보장성보험의 수익성이 높아졌다. 결국 생보사들은 질병·간병·상해보험 등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제3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3보험은 생보사의 정액 보장 특성과 손보사의 실손 보장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손보사가 80% 이상 점유율로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생보사들이 잇따라 제3보험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4월 이후 배타적사용권 취득 상품 중 75%가 제3보험 영역과 관련된 상품으로 나타났다. 생손보사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을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타적사용권 취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배타적사용권 보호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3~12개월이었던 보호기간을 상향 조정하면서 보험사들의 배타적사용권 취득 유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고령화가 가속됨에 따라 잠재적으로 큰 시장규모를 지닌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노후 건강관리와 관련된 보장공백이 새롭게 조명됨에 따라 배타적사용권의 적극적인 활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