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가 한국 IT 서비스 산업의 기회일 수 있다. 거브테크(GovTech) 시장 성장이 예상되며 이에 맞는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고 시장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김숙경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열린 '2025년 IT서비스산업 시장 및 기술전망 세미나'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가 매년 초 개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올해로 21회를 맞이했다.
김숙경 교수는 트럼프 2.0 시대의 키워드로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와 규제혁신을 꼽았다. 미국은 정보효율부를 신설해 정부 예산 3분의 1을 감축하고 정부기관 통폐합 및 구조조정, 규제완화 및 혁신촉진에 나선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에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 기술 도입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2.0 시대에는 인공지능 및 정보통신산업(ICT) 기술이 공공 행정 업무에 접목되는 ‘거브테크’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포럼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거브테크 시장은 2024년 6100억달러(약 8845조원)에서 2034년에 1조4200억달러(약 2경590조원)으로 187%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거브테크 시장은 미국이 시장 전체에서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자금 조달 중 93%가 미국 기반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거브테크 분야에서 자금 조달, 기술 혁신,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관련 생태계가 활발히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김 교수는 "한국 IT 산업도 거브테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거브테크 시장의 급성장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솔루션 확보 및 시장 진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한국 IT 산업은 기존 맞춤형 시스템 통합(SI) 모델에서 벗어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의 범용적이고 유연한 거브테크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은 글로벌 IT 서비스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의 중심으로 그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구글,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범용 플랫폼 및 엔비디아, 지멘스 등 버티컬 플랫폼 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과 싱가포르 모두 이 같은 전략을 택해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전환(AX)을 이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25년은 규제, 문화, 기술 등 혁신을 위한 삼박자가 모두 갖춰지는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는 해"라며 "한국도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현택 ITSA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 산업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그 핵심인 IT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며 "특히 2025년은 AI 기본법 제정, 소프트웨어 진흥법 및 전자정보법 개정 등을 앞두고 있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한 한 해가 될 거라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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