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공공 부문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가 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CSAP) ‘하’ 등급을 획득하면서 이른바 ‘클라우드 빅3’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공 시장 공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의 이번 인증 획득은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인증을 기다리고 있어 조만간 클라우드 빅3의 공공 시장 진출이 모두 완료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CSAP 등급제 도입이 있다. CSAP는 상·중·하로 세분화됐으며 이 중 ‘하’ 등급은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공개 데이터를 운영하는 시스템에 적용된다. 특히 물리적 망 분리 대신 논리적 망 분리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에 데이터센터를 둔 글로벌 기업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AWS의 이용률이 60.2%로 가장 높고, MS(24.0%), 구글(19.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20.5%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시스템의 약 20%가 CSAP 하 등급 전환 대상으로 추산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잠재적 시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들의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MS는 KT와 협력해 공공·금융 시장을 겨냥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올해 1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한 공공 AI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AWS는 이미 확보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공공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상·중 등급 시스템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고 있지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서 “CSAP 등급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규제 완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기성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이번 CSAP 인증 획득에 대해 “한국에서도 구글 클라우드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보다 많은 공공 분야 고객과 협업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부 기관이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높은 수준의 AI 혁신과 서비스를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조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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