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고성능’이 워크스테이션의 전부는 아니다. HP는 성능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짐 노팅엄(Jim Nottingham) HP 어드밴스 컴퓨트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은 18일과 19일(현지시각) 양일간 싱가포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HP Z+행사에서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흔히 ‘워크스테이션’이라 하면 PC와는 차별화되는 고성능 하드웨어를 갖춘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HP는 워크스테이션이 단지 ‘성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HP는 워크스테이션 제품에서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이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사용자의 업무 효율과 신뢰성을 높이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특히 하드웨어 측면의 최적화와 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넘어 ‘AI 스튜디오’ 등으로 직접 나서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짐 노팅엄 HP 어드밴스 컴퓨트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 / 권용만 기자
짐 노팅엄 HP 어드밴스 컴퓨트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 / 권용만 기자

워크스테이션, 이제는 사양보다 ‘사용자 작업’에 집중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오늘날 워크스테이션의 정의에 대해 “IDC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추고 소프트웨어 개발사(ISV)의 인증을 받은 시스템을 워크스테이션이라고 정의했던 바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높은 컴퓨팅 성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성능’만을 워크스테이션의 가치로 여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개발이나 데이터 과학자 뿐만 아니라 이제는 프로슈머 층에서도 높은 성능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워크스테이션은 ‘PC보다 더 높은 성능을 가진 시스템’ 정도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워크스테이션에 대해 ‘어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착됐고 어느 정도 확장성이 있다’고 설명하면 ‘이게 우리가 원했던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기존의 작업을 위해 더 높은 성능이 필요했던 것이지 워크스테이션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HP는 고성능 PC 수준의 성능을 가진 ‘엔트리급’부터 고성능 GPU 서버에 비견될 ‘하이엔드’까지 폭넓은 워크스테이션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워크스테이션 제품군을 갖춘 이유로 ‘워크플로우 최적화’를 꼽았다.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HP는 사용자의 업무 환경을 반영해 적합한 성능과 폼팩터를 제시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 높은 성능이 필요하면 ‘Z북 퓨리(Zbook Fury)’를, 좀 더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으로는 ‘Z북 스튜디오(Zbook Studio)’를 제시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비슷한 성능을 가진 엔트리 워크스테이션과 고성능 PC의 차이로는 전문 작업 환경을 위한 소프트웨어 호환성 인증, 관리성, 보안성 등을 꼽았다. HP가 선보인 AMD의 ‘라이젠 AI 맥스’ 시리즈 프로세서 기반 워크스테이션에 대해서는 “같은 프로세서를 탑재한 일반 소비자용 고성능 디바이스에서도 같은 워크로드를 수행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워크스테이션은 보안성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인증을 통한 신뢰성 등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워크스테이션, 소프트웨어의 복잡성 줄여 ‘최적화’ 차별화

기존의 전문 작업 환경에서 워크스테이션의 가치는 성능과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호환성 인증을 통한 신뢰성과 생산성 측면이었다. PC와 워크스테이션이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워크스테이션은 전문 작업 환경에서의 성능과 호환성을 보증하지만 PC에서는 이를 사용자가 직접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사용자와 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며 이러한 생산성에 대한 영향은 워크스테이션의 중요한 선택 이유로 꼽힌다.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HP는 사용자들의 워크플로우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우리의 전통적 고객인 엔지니어나 건축, 오일&가스, 게임 개발자 등의 영역에서 우리는 이들의 워크플로우를 잘 알고 있다”며 “이들 영역에서는 업계의 표준 워크플로우에 대한 주요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있고, HP는 이들의 소프트웨어에 맞춰 하드웨어를 최적화해 고객들의 워크플로우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AI 개발을 위한 환경은 어느 특정 소프트웨어에 묶이기보다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이에 대해 “아직 AI와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은 좀 더 열린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특정 업체가 워크플로우 전반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또한 이 영역에서 중요한 소프트웨어 제공자이기도 하다. HP는 엔비디아의 툴에 워크스테이션을 최적화하는 부분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AI 개발자들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도구의 변화가 기술보다 늦다고 생각한다”며 “HP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의 고충인 ‘도구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돕고자 한다. 이것이 우리가 ‘AI 스튜디오’를 만든 이유다” 라고 말했다. 

HP의 ‘AI 스튜디오’는 로컬 워크스테이션 환경에서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AI 개발, 활용 환경을 쉽게 설치, 구성할 수 있게 돕는 도구다.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이에 대해 “AI 기술들에 관련된 많은 툴들은 클라우드 같은 형태고, 기존의 워크스테이션들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워크로드를 로컬 워크스테이션이나 엣지에서 수행하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도울 수 있는 툴이 없었고 HP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워크스테이션, 성능 넘어선 ‘생산성 최적화’ 변화 기대

앞으로의 워크스테이션은 성능 뿐만 아니라 보안성과 관리성, 워크플로우 환경을 위한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인증 등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생산성 최적화’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HP 또한 향후 워크스테이션의 중요한 방향성으로 고객들의 워크플로우 환경에 대한 최적화를 꼽는다.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Z2 미니 G1a’나 ‘Z북 울트라 G1a’ 등 AMD의 라이젠 AI 맥스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제품은 앞으로 AI 시대 워크스테이션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라이젠 AI 맥스 시리즈에서는 단일 칩에 강력한 CPU, GPU, NPU를 모두 갖추고 통합 메모리 체계를 사용한다. 최대 128GB 메모리 중 96GB를 GPU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전통적 워크로드를 AI 모델과 함께 사용해 워크로드를 가속하는 데 있어서도 더 유연하며 큰 시뮬레이션 모델을 사용할 때도 메모리 용량 문제를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올해 다양한 신제품들일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제품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모든 그래픽카드들에 대해 지원을 확장할 것이고, 흥미로운 디자인 변화를 선보일 것이다. 하드웨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흥미로운 솔루션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코드 변경 없이 GPU 가속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HP 부스트’가 대표적이다. 이 또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생산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는 현실의 소재를 정밀한 디지털 애셋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Z 캡티스(Z Captis)’가 있다.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Z 캡티스는 워크스테이션에서 이뤄지는 작업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의 해결을 위해 접근한 사례다. 많은 기업들이 가치사슬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고 장점이 많지만 실존하는 소재를 정확히 디지털로 옮겨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Z 캡티스는 어도비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의 디지털 워크플로우에 즉시 통합될 수 있게 해 고객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워크스테이션이 3D 워크로드를 훌륭히 수행해 고객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워크플로우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것들이 워크스테이션 비즈니스에도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짐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제품에 가치를 더해 고객이 더 쉽게 쓸 수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파트너들이 많다. 파트너 없이는 고객에 무엇이 가치 있고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 등을 시장에 전달하기 어렵고, 우리의 기술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우며 이는 고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우리의 성공은 파트너들의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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