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이사회 거버넌스 강화를 추진한다. 각 사는 사외이사 대표를 선출하고 사외이사 중심의 독립성 강화 조치에 나선다.
28일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이달 각각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초대 선임사외이사에는 심달훈 현대차 사외이사, 조화순 기아 사외이사, 김화진 현대모비스 사외이사가 각각 선임됐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사외이사의 대표 격 인물을 선출해 사외이사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의무화되어 있다. 법적 의무가 없는 비금융권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회 의사결정의 균형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 단독 회의를 소집·주재하고, 경영진에 경영자료와 현안 보고를 요청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사외이사 의견을 모아 이사회에 전달하고, 사외이사와 경영진, 주주 간 소통을 주도한다.
3사는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과 함께 '사외이사회'도 신설했다. 이사회 개최 전 사외이사만이 참여해 안건을 독립적으로 검토·논의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이달 열린 이사회에서 보수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했다. 보수위원회는 등기이사 보수한도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전원 사외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담당하며, 사내이사 1인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3사는 이사회 거버넌스 개선 조치에 대해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함으로써 경영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3사는 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추천 사외이사 제도'도 운영 중이다. 선임된 사외이사는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으로 활동하며, 투자자 대상 설명회 등에 참여해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사회 산하 위원회 위원장을 전원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이사 선임 시 성별, 국적, 전문 분야 등을 고려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다. 김수이 사외이사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사모투자 대표, 벤자민 탄(Benjamin Tan) 사외이사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출신이다. 도진명(Jim Myong Doh) 사외이사는 퀄컴 아시아 부회장 출신으로, 반도체와 AI, 수소 등 신산업 분야에 폭넓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다양한 글로벌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며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경영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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