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13년 만에 또 한 단계 강등되자 정부가 즉각 시장 상황 점검에 나섰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서 이미 예견됐던 사안인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지만, 관세 협상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기획재정부는 윤인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하향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했다.
무디스는 현지시간 16일 미국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했다. 이로써 미국은 2011년 S&P, 2023년 피치에 이어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등급을 상실하게 됐다.
정부는 무디스가 지난해부터 미국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온 점, 그리고 이미 앞서 다른 평가사들이 같은 수순을 밟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등급 강등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는 단기 조정 흐름이 나타났지만, 과거 2011년 또는 2023년의 충격과 비교하면 낙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러나 정부는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이자비용 증가,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 전개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단기간 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관련 대응을 주문했다.
이 권한대행은 “주요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전개,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따른 미국 경제 동향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끝까지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를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 동향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즉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공조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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