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는 주식회사 주식을 매수하며 그 회사의 미래를 산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은 따로 있으나 일정 비율의 지분을 가진 주주 역시 회사의 주인이다.
6월 9일 랜섬웨어 공격으로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예스24는 최근 주식 하나로 회사 주인인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6월 12일 막내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에게 자사 주식 200만 주를 증여했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약 82억8000만원을 증여한 것이다.
랜섬웨어 공격이 일어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이번 '기습 증여'에 민심은 요동쳤다. 이번 사고가 외부에 알려진 이후 주가가 9% 넘게 하락한 예스24 주주와 이틀새 약 5% 하락한 한세예스24홀딩스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주주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냐",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증여를 하느냐"는 식의 비판이 잇따랐다.
예스24는 "이미 예정됐던 증여다"라며 진화하려 했으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주주가 얼마나 될까.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주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렸다면 이와 같은 증여는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예스24는 '해킹 은폐', '거짓 해명' 등을 낳으며 사고 수습에도 만전을 기하지 않았다. 사고는 6월 9일 알려졌지만 경영진 사과는 일주일 뒤인 6월 16일에서야 나왔다. 예스24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원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KISA가 이를 부인하며 거짓 해명 논란까지 낳았다.
예스24는 뒤늦게 보상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난데없는 증여에 민심은 여전히 좋지 않다. 한번 돌아선 민심을 되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킹 기술이 고도화한 요즘 개인정보 관련 사고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제대로 된 대응과 진정어린 반성·사과다. 기업이 해당 사실을 잊고 행동할 때 민심은 등을 돌리고 그 화살은 추후 고스란히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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