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까?’라는 질문은 이젠 너무 흔해졌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교의 최근 연구는 다르게 묻는다.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방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제 AI는 단순한 명령 실행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상황에 맞게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로 진화하고 있다. 일정 관리, 문서 요약, 고객 응대 같은 반복적인 업무는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인간은 판단과 전략이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일의 재구성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시대의 초입에 서 있다.
스탠퍼드 SALT Lab은 미국 내 104개 직업군에 종사하는 1500명의 실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AI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조사했다. 특이한 점은 이 연구가 단지 기술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 주목했다는 데 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은 AI에게 맡기길 원했고 반대로 소통이나 창의력, 책임감이 필요한 일은 여전히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사람들은 AI를 단순히 ‘자동화 도구’로 보기보다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인식은 기존의 기술 중심 담론과는 크게 다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능력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람과 얼마나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스탠퍼드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일부 작업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고 사람들이 AI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 반면, 기술은 가능하지만 사람들이 맡기길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작업은 사람들은 맡기고 싶어 하지만 아직 기술 수준이 부족하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HAS(Human Agency Scale)’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각 업무에서 인간이 얼마나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지를 5단계로 구분한 것으로, ‘일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자동화 설계는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원칙이 되고 있다. 우선, 업무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모든 프로세스를 주도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일부 업무를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흐름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 ERP(전사적 자원관리)나 CRM(고객 관계 관리) 같은 시스템도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IT 훈련이 아니라, AI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 즉 문제 정의, 논리적 프롬프트 작성, 윤리적 판단 같은 ‘디지털 협업력’을 기르는 방향이어야 한다. 앞으로는 엑셀을 잘 다루는 능력보다, 에이전트와 잘 일하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기술 개발자에게도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기능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서, 사람이 정말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술을 만드는 것, 즉 공감과 설계가 결합된 AI가 필요한 시대다. AI 에이전트가 바꾸는 것은 단순히 ‘일의 양’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일을 ‘인간답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조의 재설계다. AI가 반복적인 일을 맡고, 인간이 본질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더 창의적이고 더 의미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미래란 결국 사람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기술이 돕고, 사람이 주도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일의 정의가 다시 써질 것이다. 트러스트 커넥터 철학에 이야기했듯이 연결과 융합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는 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투이컨설팅 자문과 한국 블록체인 학회 이사, 법무 법인 D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오라클과 한국 IBM 등 IT 업계 경력과 더불어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교수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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