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비강 스프레이 방식 독감 백신인 ‘플루미스트(FluMist)’가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가운데 기존 주사형 백신이 주류인 독감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7일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약독화 인플루엔자 생백신 ‘플루미스트인트라나잘스프레이(인플루엔자생바이러스백신)’의 국내 허가에 맞춰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윤경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플루미스트인트라나잘스프레이’ 국내 허가 기념 간담회에서 백신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김윤경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플루미스트인트라나잘스프레이’ 국내 허가 기념 간담회에서 백신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플루미스트는 세계 최초 비강 스프레이 방식 인플루엔자 생백신(LAIV)이다. 이 백신은 지난 4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4개월 이상 49세 이하 소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및 인플루엔자 B형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인플루엔자 질환 예방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플루미스트는 양쪽 콧구멍에 각각 한 번씩 분사하면 접종이 완료된다. 플루미스트는 2003년 미국에서 처음 허가된 이후 20년 이상 2억 도즈 이상이 접종되며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왔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소아 대상 독감 예방의 우선 접종 백신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윤경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인플루엔자 예방의 새 패러다임, 플루미스트 국내 허가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초래하는 질병 부담을 설명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플루미스트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0억건의 감염을 일으킨다. 이 중 300~500만건이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고 최대 65만명이 사망에 이르는 등 상당한 공중보건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특히 2017년 진행된 글로벌 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1~4세 소아에서 다른 연령 대비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이 가장 많아 매년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배출하며 더 오래 배출하는 특성이 있으며, 일본 연구를 통해 소아가 성인보다 가정 외부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약 5배로 확인됐다”며 “18세 이하 소아가 성인보다 계절성 인플루엔자A(H1N1) 전파 가능성이 약 2배 이상 더 높은 것으로 확인돼 소아 대상 백신 접종은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향상에 있어 플루미스트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플루미스트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플루미스트 투여 방법. / 아스트라제네카
플루미스트 투여 방법. / 아스트라제네카

플루미스트는 ▲차별화된 작용 기전의 약독화 인플루엔자 생백신 ▲소아에서 높은 예방효과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편리한 접종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플루미스트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반적으로 침투하고 감염을 시작하는 부위 중 하나인 코 점막에서 작용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이 백신의 면역기전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으며 실제 바이러스 감염과 유사한 방식으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강 스프레이 방식으로 주사 통증 없이 접종할 수 있는 것도 플루미스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공중보건 강화 측면에서 소아에서 플루미스트 접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실제 5세 미만 소아 대상 연구에서 약독화 생백신 접종군은 불활성화 백신 접종군 대비 인플루엔자 질환 발생률이 54.9% 낮았다”며 “2004-2005년 절기의 24~25개월 소아 대상 연구에서는 약독화 생백신 접종군이 불활성화 백신 접종군 대비 바이러스주(A형) 일치 및 불일치 상황 모두에서 더 높은 상대적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플루미스트의 성패가 가격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플루미스트는 2009년 GC녹십자가 메드이뮨으로부터 수입해 국내에 유통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백신보다 5000~1만원 가량 비싸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도입 5년 만인 2014년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내 백신 시장에는 스프레이 독감 백신의 명맥이 끈어졌다. 이후 올해 메드이뮨 모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플루미스트 재허가를 획득하며 한국 시장 재도전에 나선 셈이다.

김지영 한국아스트라제네카호흡기면역사업부 전무는 “플루미스트는 주사 대신 비강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접종 편의성과 수용성을 높일 수 잇는 인플루엔자 백신”이라며 “플루미스트가 인플루엔자 백신의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돼 국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