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안정성과 운영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상위 100개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폭염과 이에 따른 냉각 수요 증가로 높은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리스크 분석 기업 메이플크로프트가 호주의 기후 리스크 분석 기관 XDI와 함께 최근 발표한 '데이터센터 복원력, 새로운 공급망 위험으로 부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에 따라 냉각을 위한 물과 전기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가 비용 부담, 지역사회와의 자원 갈등, 정전 위험 등 복합적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이 앞으로 수십 년간 복합적인 기후 재해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백업 전력 설비와 냉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기온 급등과 함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냉방이 필요할 정도로 기온이 기준을 초과하는 빈도를 측정한 ‘냉방 필요 일수’ 지수에서 상위 100개 허브 중 56%가 이미 ‘높음’ 또는 ‘매우 높음’ 위험 등급에 속해 있다.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SSP585)가 현실화될 경우, 이 수치는 2040년 68%, 2080년에는 8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약 4분의 3이 해마다 점점 더 길어지는 기간 동안 고강도의 냉각 수요를 감당해야 하며, 그에 따른 에너지 및 물 소비량과 운영비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의미다.
물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중형 데이터센터는 하루 평균 약 14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2030년까지 전체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물 스트레스 지역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동·아프리카·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도 방콕, 첸나이, 뉴델리 등지의 물 부족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 인프라의 취약성도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40%에 이른다. 특히 극심한 폭염은 송전 효율을 떨어뜨려 전력 공급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풍, 고온 등 재해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다. 2050년까지 상위 데이터센터 허브의 27%가 기후 재해 지수에서 ‘높음’ 또는 ‘매우 높음’ 위험 등급에 해당할 것으로 나타났다.
카푸신 메이(Capucine May) 컨설턴트는 “운영사들은 복원력 확보와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급격한 기온 상승은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며 “운영사뿐 아니라 고객, 투자자까지도 기후 리스크와 사회·정치적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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