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아드님이 입사한 지도 꽤 됐는데, 경영엔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만난 한 식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보통 오너 기업 자녀들은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재벌가’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는다. 특히 3·4세 경영인들이 2030세대에 속하다 보니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를 통해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공개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업 경영보다는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블라인드’에는 “우리 회사 회장님 아들이 다니는데 회사에 관심 없다. 맨날 게임만 한다”, “우리 회사 오너도 뭐 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만 벌이고 정작 하는 건 없다”, “어디는 연예인하고 인플루언서 한다는데 차라리 회사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같은 글들이 돌곤 한다. 오너 자녀들의 회사생활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주목받는 오너 3세로는 담서원 오리온 전무, 신상열 농심 전무,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 오뚜기의 함윤식·함윤지 씨가 대표적이다. 4세로는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조용한 경영 행보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실제 회사에서 어떤 임무를 맡고,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언론과 여론에 공개되는 건 기업의 공식 행사나 보도자료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 전부다.
물론 아직 대부분 그룹이 2세 체제 아래 있고 자녀들의 나이도 어린 편이라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창업주와 자녀들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경영을 이끌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경영 역량과 성과를 주주와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대한민국은 ‘K푸드’ 수출 선진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라면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고 김치는 전체 수출액의 57%를 차지한다. 김 역시 지난해 수출액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체들. 오너들이 회사에 애착을 갖지 않는다면 기업의 역사는 어느 날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 그런 불안감을 3·4세 오너들이 마음 한편에 늘 품고 있길 바란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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