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보안업계에서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달 새 SGA솔루션즈, 모니터랩, 사이버다임 등 주요 보안 기업 3곳이 연쇄적으로 합병을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팔로알토네트웍스가 250억달러(약 34조원)에 이스라엘 사이버아크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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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번 M&A 행보를 각기 다른 보안 기술을 결합해 통합 보안 역량을 높이려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SGA솔루션즈의 경우 지난달 21일 자회사 SGN을 흡수합병했다. SGN은 시스템 접근 제어 솔루션을 개발해온 보안 기업이다. 합병 비율은 1대 16.6이다. 10월 중 합병 절차는 마무리된다. SGA솔루션즈는 “AI 보안, 제로 트러스트 기반 통합 보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니터랩은 지난달 18일 위협 헌팅 기반 엔드포인트 보안 전문 기업 쏘마를 인수했다. 쏘마는 자체 개발한 ‘몬스터(MONSTER)’ 플랫폼을 통해 기존 백신으로는 탐지하기 어려운 고도화된 공격을 식별한다. 이광후 모니터랩 대표는 “쏘마의 엔드포인트 보안 기술과 자사의 네트워크 보안 기술을 결합해 클라우드 환경 전반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이버다임은 지난달 25일 데이터 유출 방지(DLP) 기술을 가진 팬타랩과 합병을 마쳤다. 사이버다임은 문서중앙화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김경채 사이버다임 대표는 “이번 합병으로 데이터 생성부터 활용까지 전 주기를 보호할 수 있는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몸집 키우기’ 규모가 더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팔로알토네트웍스가 사이버아크 인수를 위해 250억달러에 달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성사되면 팔로알토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다.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 앨리 멜런은 “팔로알토는 이번 인수로 통합 사이버보안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팔로알토는 올해 4월 AI 보안 스타트업 ‘프로텍트AI’를 7억달러에, 지난해 브라우저 보안 기업 ‘탈론’을 6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구글도 3월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를 320억달러(약 45조원)에 인수했다. 시스코는 지난해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에 품었다.

업계는 이같은 M&A 열풍을 AI 기반 공격의 고도화에 대응하려는 흐름으로 본다. 다양한 보안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영철 SGA솔루션즈 대표는 “급변하는 보안 환경에 대응하려면 제로 트러스트 보안 전 주기를 아우르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M&A를 통해 그런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