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 이후 발생한 5000만원 이하 연체자를 대상으로 올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경우 연체 이력을 삭제해주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단행한다. 이를 통해 약 324만명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30일부터 코로나19, 계엄사태, 고금리 등으로 인해 채무 변제를 연체했더라도 성실하게 전액을 상환하면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신용회복 지원 조치를 시행한다.
신용회복 지원은 연체 이력이 남은 차주가 빚을 모두 갚았다면 정보를 삭제해주는 조치다. 통상 연체 이력은 최장 5년간 보관된다. 이번 사면은 코로나 팬데믹 등 불가피한 상황 탓에 생긴 연체 이력으로 성실 상환자의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금융소비자들이 제도권 금융권에서 밀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탈하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은 2020년 1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5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으나 연말까지 연체금 전액을 상환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다. 올해 6월 말 기준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인원은 약 324만명이다. 이 중 약 272만명이 이미 상환을 완료한 상태다.
신용회복 지원 대상자들의 연체이력 정보는 금융기관간 공유가 제한된다. 또 신용평가회사(CB)의 신용평가에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금리·한도·신규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사면은 IMF외환 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12월 송년담화를 통해 국민대화합 차원서 ‘밀레니엄 사면’을 실시하면서 후속조치로 신용불량 정보 기록을 삭제해준 것이 첫 시작이다.
이어 박근혜 정부때인 2013년 IMF 당시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남은 사람들에 대해 빚 감면과 10만명에 대한 연체기록을 삭제해 준 바 있다. 당시 대상자는 채무성격, 자구 노력, 경제생활 가능 여부 등을 기준으로 선별했다.
문재인 정부때인 2021년 10월 코로나19피해로 일시적 연체를 겪은 개인과 개인사업자 250만명에 대한 연체기록을 삭제해줬고 지난 2024년에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발생한 소액연체 전액 상환자의 연체 이력을 삭제했다. 당시에는 지원 대상이 2000만원 이하 연체 차주였으나 이번에 기준 금액이 5000만원 이하로 상향됐다.
다만 ‘도덕적 해이’나 빚을 제때 갚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신용회복 지원을 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우려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신용회복 지원을 실시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연체로 인한 불이익을 장기간 감내하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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