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할인율(디스카운트)이 11.5%로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대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율 및 지배구조가 할인율을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24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KCMI 이슈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24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KCMI 이슈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KCMI 이슈브리핑: 주식시장 할인율 국제 비교와 코리아 프리미엄 과제’에서 “한국은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돼 있다”며 “특히 총주주수익률이 장기간 무위험 수익률조차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시장 태반을 차지하는 등 일시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비롯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이 측정한 2006~2024년 전 세계 59개국 주식시장 할인율 결과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의 평균 할인율은 11.5%로 G7 국가 평균(8.8%), 선진국(8.9%) 등 주요국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신흥국(10.9%) OECD 회원국(9.3%) 신흥국 내에서도 중상위권이었다.

할인율은 기업의 불확실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변수로 투자자 관점에서 요구수익률 또는 기대수익률을, 기업 관점에선 자기자본 조달 비용을 뜻한다. 주식시장의 할인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같은 돈을 벌어도 그 수익이 실제로 실현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기업이 돈을 잘 벌어도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한국 주식시장의 실현수익률(TSR, 총주주수익률)은 연평균 7.3%로 요구수익률(11.3%)과 격차가 컸고 선진국 평균 8.4%, 신흥국 평균 13.6% 등 주요 주식시장을 크게 밑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간에 걸쳐 실현수익률이 요구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자본비용을 하회했다”며 “결과적으로 고위험·저수익 구조에 머물며 투자자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자본비용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할인율이 높은 배경으로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율(배당성향 등), 마진율(매출총이익률 등), 혁신 투자(R&D 집약도 등) 등을 꼽았다. 또 주주보호 및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제도를 갖춘 것과 달리 현실에서 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측면도 할인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익성이 높을수록, 주주환원을 많이 할수록, 혁신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들이 많을수록 할인률이 낮았다”며 “기업 지배구조 평가가 실질적인 평가가 좋은 국가일수록, 법·제도의 실효성이 좋게 평가되는 국가일수록 할인율이 낮은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할인율 하락에 따른 코리아 프리미엄 방안으로 ▲기업 혁신 역량 강화 및 수익성 제고 ▲자본비용 달성 계획·성과 거버넌스에 내재화 ▲주주권익의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한 법·제도 집행력 강화 ▲투자자의 단기매매 중심 투자 행태 지양 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높은 요구수익률을 달성하려면 기업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데 주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성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동시에 자본비용 수준을 인식하고 이를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면서 경영 전반에 내재화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 역량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는 성장성 제고하는 수단이지만 미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확대해 할인율을 높일 수 있는 양면성을 지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제도의 집행력과 정책 일관성을 높이고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하며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시장에 내재된 제도적 위험프리미엄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