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시다 슈헤이 전 SIE 대표가 그래픽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이용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 개발자가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제시해야 콘솔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시다는 한국 개발자가 자신만의 강점과 문화적 감각을 게임에 녹여낼 때 글로벌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요시다 슈헤이 전 SIE 대표는 11월 6일 경기도 판교 바이 힐튼 호텔에서 열린 ‘콘솔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콘솔게임의 특징과 한국 인디게임계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요시다 전 대표는 일본 애플에서 근무한 뒤 1인 개발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SIE에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약 30년간 소니의 콘솔 플랫폼 사업을 이끌었다.
그는 “그래픽 시대는 끝났다”며 “그래픽만으로 이용자를 놀라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주얼 구현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레이트레이싱 같은 기술 적용 여부도 이용자가 구분하기 쉽지 않을 만큼 기술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앞으로 출시되는 콘솔은 단순한 그래픽 성능 향상이 아니라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제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참신한 게임 플레이를 창출할 주체로 인디게임을 지목했다. 요시다 전 대표는 은퇴 전까지 ‘플레이스테이션 인디’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소규모 개발팀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했다. 그는 “게임이 동일한 경험만 반복하면 이용자는 금방 피로감을 느낀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플레이 방식이 필요하다. 인디게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언리얼과 유니티 같은 엔진으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판매는 별개의 영역이다. 앞으로는 아시아·미국·유럽뿐 아니라 중동·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그 지역 문화가 반영된 인디게임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요시다 전 대표는 인디 성공 사례로 넥슨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브’를 언급했다.
그는 “넥슨 사장의 인터뷰에서 창의적 요소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실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을 막지 않는 구조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세 개발사가 대기업과 협력하는 환경이 나쁘지 않다. 대기업이 프로젝트의 창의성을 존중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나온다. 인디게임 펀딩은 어렵지만 자유로운 발상을 보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으로 계약된 과정도 공개했다. 요시다 전 대표는 “코로나 이전에 시프트업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3D 리얼 액션을 구현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플레이해 보니 완성도가 높았고 재미 있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한국보다는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 적합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게임이 PS5에서 성공한다면 한국 개발자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 개발자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이런 성공 사례가 의미가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블러드본’을 연상시켰다. 시프트업의 차기작도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개발자를 향해 “한국 콘솔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고 그 안에 한국 고유의 문화적 자부심을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강점을 명확히 드러낸다면 다른 나라 개발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수많은 게임 중에서 눈에 띄는 길이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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