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권의 투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이 제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 104만주를 발행한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1862원으로, 총 19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주요 투자자는 NH디지털얼라이언스 펀드와 티시스다. NH디지털얼라이언스펀드는 NH농협금융이 지난 2022년 설립한 디지털 혁신금융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전략적투자(SI) 펀드다. 티시스는 태광그룹의 인프라 계열사다.
KDAC은 올해 들어서만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신주를 발행했다. 지난 5월, 7월, 9월 각각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SI) 펀드 신한하이퍼커넥트투자조합1호,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흥국생명 등이 신주를 배정받았다.
시중은행과 대기업 산하 금융기업의 투자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법인의 시장 진입 등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DAC에는 이미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가상자산 커스터디는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관·운용하는 서비스다. 향후 법인 투자 시대가 본격화할 경우 빠른 성장세가 전망된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오는 2030년 46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금융사들은 직접 진출보다 간접 진출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해 디지털자산 관련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국내에선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등이 제한적이다 보니 국내 커스터디 시장 규모가 적은 데다 은행의 관련 기술 인프라가 미비해서다.
대표적 사례로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해치랩스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공동 설립했다. 하나은행은 미국 커스터디 전문기업 비트고(BitGo)와 합작해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으며, 우리은행은 비댁스에 투자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씨티, BBVA 등 글로벌 은행들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수익 확대와 기존 비즈니스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지난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해외 주요국은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와 다양한 연계 서비스 확충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같은 확장성 기반에는 커스터디 인프라가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송재만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 수탁 사업 진출은 수익 다변화 및 서비스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그동안 전통 금융사는 관련 서비스에 수동적으로 대처했으나 최근 글로벌 은행이 자국 규제 완화 등으로 서비스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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