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청취자 대부분이 AI 음악과 인간이 만든 음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음악 산업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브레이킹 러스트 스포티파이 페이지. / 스포티파이 갈무리
브레이킹 러스트 스포티파이 페이지. / 스포티파이 갈무리

15일(현지시각) 빌보드에 따르면 브레이킹 러스트의 노래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는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브레이킹 러스트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60만명의 월간 청취자를 보유한 가수다. USA투데이 등의 외신에 의하면 브레이킹 러스트는 AI로 생성된 가수다. 이번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은 스포티파이에서 350만회 이상 재생되며 팬층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AI 기술로 탄생한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에는 AI 가수 저니아 모네의 노래 '하우 워즈 아이 서포즈드 투 노우?'(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빌보드 알앤비(R&B)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는 "음원 플랫폼에 하루 동안 업로드되는 음악 중 약 34%에 해당하는 5만곡이 AI를 통해 생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신규 음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청취자 또한 AI 음악과 인간이 만든 음악을 거의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디저가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97%가 AI로 만든 음악과 인간이 작곡한 음악을 구별하지 못했다. 사람이 만든 음악과 AI 음악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실제 관여 정도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AI 음악의 폭발적인 성장세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음악의 본질, 창작자의 권리, 산업 구조 전반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AI 기업들이 동의 없이 음악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행위가 늘면서 영국에서는 지난 2월 폴 매카트니, 엘튼 존 등 400명의 아티스트들이 정부에 AI 관련 저작권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