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금융 보안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공감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테슬라가 별다른 광고 없이 사용자 경험만으로 팬덤을 형성했듯, AI와 보안 역시 고객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럴만한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피스콘(FISCON)2025’ 기조 강연에서 “기술만 잘한다고 금융이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금융 보안도 팬덤을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의 지향점이 ‘공감 기반의 사용 경험’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AI가 만드는 금융 서비스도 이용자의 공감·구독·팬덤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AI의 지향점은 결국 고객의 공감과 구독, 좋아요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TV 광고 한 번 없이 ‘팬덤’으로 2000조원 규모의 기업을 만든 사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공감을 얻어 산업 경쟁력을 키운 점을 들어 기술에 인문학적 팬덤이 더해질 때 글로벌 성공이 만들어진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술 위에 인문학적 팬덤이 더해질 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서비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금융 서비스와 금융보안도 결국은 고객의 공감과 팬덤을 얻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최 교수는 AI 도입 여부를 논하는 수준은 이미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자본이 AI 기업에 집중된 현상을 들어 “인류가 미래 성장에 대한 선택을 이미 자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기업의 실적 개선과 챗GPT 등장 이후 시가총액 상위 기업 다수가 AI 대표 기업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AI 버블 논란에 대해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속도의 문제일 뿐, AI 문명은 열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한국이 AI 시대에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반도체다. 그는 미국이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상과 GPU 투자 계획을 설명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고대역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곳뿐이라는 점을 짚었다.
네이버·카카오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반 데이터 역시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플랫폼이 없으면 데이터 주권이 없으니까 마음 놓고 학습할 환경이 안 된다”며 자체 플랫폼과 데이터를 가진 나라만이 자국 사정에 맞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마음껏 학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차량 등 이른바 피지컬 AI를 실제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술을 꼽았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규제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며 “95%의 대중은 변화가 두렵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도 조절 자체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버, 에어비앤비, 암호화폐 등을 예로 들며 한국 사회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는 규제를 앞세우면서도 실제 소비와 투자는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며 디지털·AI 관련 연구들이 규제 대상에 묶이면서 유망 스타트업과 인재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본국에는 규제 전문가만 남게 된 자기반성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혁신을 밀어주면서도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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