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 엔비디아에 맞불...차세대 그래픽카드 추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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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6 06:00
게임의 3D 그래픽을 표현하거나 3D 기반 설계, 디자인 등의 전문적인 용도로 주로 사용하던 그래픽카드(GPU)는 요즘 ITC 업계 전반에서 가장 주목받는 하드웨어다. GPU의 용도가 단순 3D 그래픽 구현을 넘어 각종 연산 가속 및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용도로 떠오르며 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AI용 GPU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약진은 눈부시다. 단순 그래픽카드용 GPU 개발사에서 가장 잘나가는 AI 전문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매출 실적과 시가총액 등에서도 기존 ITC 업계 전통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물론, 기존에 강점을 보이던 게이밍 GPU 부문에서도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는 중이다.

엔비디아의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 데이터센터용 ‘A100’ GPU / 엔비디아
다만, 엔비디아의 독주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 장담하기란 쉽지 않다. 엔비디아 못지않은 명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차세대 GPU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추격에 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GPU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AMD와 전통적인 CPU 부문의 강자 인텔이 그 주인공이다.

성공적인 ‘암페어’ 안착으로 ‘GPU 1위’ 굳히기 들어가는 엔비디아

엔비디아에게 2020은 최고의 한 해가 될 듯하다. 차세대 암페어(Ampere) 아키텍처에 기반한 AI 및 데이터센터, HPC(고성능 컴퓨팅)용 연산 특화 GPU서부터 일반 소비자용 게이밍 GPU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7~8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한 암페어 아키텍처는 이전 튜링(Turing) 아키텍처 대비 더욱 향상된 트랜지스터 집적도와 전력 효율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성능 개선을 실현했다고 엔비디아는 강조한다. 당분간 데이터센터 및 HPC용 GPU 분야에서는 비교할만한 적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 엔비디아
다만, 일반 소비자용 GPU 시장에서는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포스 30시리즈로 업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는 동시에, 경쟁사들의 행보에 맞춰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먼저, 지포스 30시리즈의 세 번째 제품인 ‘지포스 RTX 3070’의 출시 일정을 10월 중순에서 10월 말인 29일(이하 현지시각)로 2주 연기했다. 최대 경쟁사인 AMD가 차세대 ‘라데온 RX 6000’ 시리즈를 바로 전날인 28일 발표하는 것을 충분히 의식한 변경이다. 한편으로, 차세대 GPU 중 가장 인기 있을 제품의 출시를 거리낌 없이 연기한다는 점에서 업계 1위 기업의 여유가 묻어나온다.

또 다른 잠재적 경쟁사인 인텔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인텔의 새로운 고성능 GPU에 대한 정보가 아직 적은 데다, 실제 제품이 나와도 당장 엔비디아 자신이나 AMD를 위협할 수준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실제 제품이 나온 후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함으로써 되려 CPU 분야에서 인텔을 간접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새다.

AMD, RDNA2기반 ‘라데온 RX 6000’ 시리즈로 추격에 시동

AMD는 지난 수년간 CPU 시장에 집중하느라 또 다른 주력 제품인 GPU 분야에서는 다소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다. CPU의 인텔과 GPU의 엔비디아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다. 그런 만큼 AMD가 오는 28일 발표하는 차세대 RDNA2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RX 6000 시리즈’는 GPU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추격을 재개한다는 일종의 신호탄인 셈이다.

10월 28일 발표 예정인 AMD의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 AMD
업계에 따르면 코드명 ‘빅 나비’로도 불리는 차세대 라데온 RX 6000 시리즈와 이에 적용된 RDNA2 아키텍처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처럼 불필요한 GPGPU 성능을 대폭 쳐내는 대신, 본연의 그래픽 처리 성능을 더욱 높였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에 비해 뒤떨어졌던 소비전력 대비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업계 루머에 따르면 차세대 라데온 RX 6000의 최상급 모델은 화려하게 데뷔한 경쟁사의 지포스 RTX 3080에 버금가는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지포스 RTX 3080의 가격을 예상보다 낮게 책정하고, 3070의 출시를 연기하는 등 견제에 나선 것도 그만큼 차세대 라데온 RX 6000 시리즈가 만만치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차세대 라데온 RX 6000시리즈가 소문대로의 성능으로 등장할 경우, 여세를 몰아 데이터센터 및 HPC용 GPU 개발 및 출시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AMD는 CPU 부문에서도 일반 소비자용 ‘라이젠’ CPU를 먼저 출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워크스테이션용 ‘스레드리퍼’,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에픽’ 프로세서를 연이어 출시한 바 있다. 똑같은 전략을 GPU 시장에서도 구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GPU 시장에서 ‘무시 못 할 도전자’인 인텔

인텔이 본격적인 고성능 GPU 시장에 뛰어든 것은,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큰 AI 및 HPC 분야에 CPU만으로는 온전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손꼽는 성능의 슈퍼컴퓨터와 HPC 솔루션 중 상당수는 인텔의 CPU에 엔비디아의 GPU를 함께 사용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발휘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한때 AMD의 그래픽카드 부문 수장이었던 라자 코두리(Raja Koduri)를 시작으로, GPU 분야의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고 고성능 GPU의 자체 개발에 나선 것도, 경쟁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인텔의 첫 데이터센터용 GPU ‘DG1 xe’ / 인텔
인텔 차세대 GPU의 ‘Xe’ 아키텍처는 화면 출력, 멀티미디어 가속이라는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던 내장 GPU의 성능을 엔비디아와 AMD의 메인스트림급 GPU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일차 목표다. 그쯤은 되어야 AI 연구개발의 근간이 되는 딥러닝, 머신러닝 가속용 범용 GPU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8월 인텔이 공개한 첫 Xe 기반 외장 그래픽카드 ‘DG1 Xe’는 일반 개인용이 아닌,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으로 먼저 나온다. 이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범용 GPU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반증한다.

인텔의 일반 개인용 GPU는 노트북용 내장 그래픽부터 시작한다. 빠르면 올해 말 나올 전망인 11세대 ‘타이거 레이크’ 프로세서에 Xe 그래픽이 들어간다. 일부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내장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엔트리급 GPU에 버금가는 준수한 성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은 둘째치고, 내장 그래픽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올해까지 GPU 시장은 ‘엔비디아 vs AMD’ 양강 구도가 계속되고, 내년인 2021년부터 인텔이 참전해 본격적인 삼파전 구도를 만들게 된다. 전에 없던 3사의 새로운 대결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은 물론, GPU 의존도가 높은 AI와 HPC 시장에서도 다양한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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