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매년 전세계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기업 500곳을 선정·발표한다. 이른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이 바로 이 리스트다. 2위와의 매출 격차를 거의 두 배 가까이 내며, 이 명단 제일 윗자리를 6년째 고수중인 부동의 1위 업체, 바로 월마트다.

한국시장 진출 8년만인 지난 2006년 전격 철수 이후,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이들의 바잉 파워는 막강하다. 실제로 몇해전 월마트가 자사 재고시스템 일부를 개선하자, 세계 제1의 생활용품업체 P&G의 매출과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빚어질 정도였다.

이런 월마트는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을까. 특허가 있기는 한걸까? 이제껏 베일에 싸여만 있던 월마트의 특허 라인업을 하나씩 살펴보자.

월마트 vs. 아마존: 같은 듯 다른 특허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지만, 월마트는 아마존과는 결이 다른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범한 아마존이 현재 1만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월마트의 보유 특허수는 2019년 5월 현재 2000건이 채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특허는 대부분 디지털 컴퓨팅이나 데이터 프로세싱 등에 집중돼 있다. 월마트 역시 이 분야에 가장 많은 특허가 몰려있긴 하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답게, 진열이나 카운터, 냉동/냉장 보관장치 관련 특허도 적잖이 보유하고 있다.

월마트의 IP포트폴리오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출원 추이다. 매년 10여건의 특허를 내곤 했던 월마트는, 지난 2012년 이후 갑자기 100여건이 넘는 특허를 해마다 쏟아놓고 있다. 2017년에는 이 해에만 거의 600건을 출원했는데요. 최근 들어 출원건수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는 월마트다.

./자료: USPTO·윈텔립스
./자료: USPTO·윈텔립스


보유특허 기술별 분류./자료: 윈텔립스 스마트앵글
보유특허 기술별 분류./자료: 윈텔립스 스마트앵글
◇ 월마트 특허, 온·오프 매장 빈틈없이 관리
한국에선 볼 수 없지만, 월마트는 현재 전세계 27개국에 총 1만1277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다. 그만큼 판매 상품의 입출고와 매대 관리 자체가 큰 숙제다. 월마트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2월 ‘진열상품 모니터링 및 추적 시스템’이란 특허를 미 특허청에 등록시켰다.

진열상품 모니터링 및 추적 시스템./자료: USPTO·윈텔립스
진열상품 모니터링 및 추적 시스템./자료: USPTO·윈텔립스
명세서에 따르면, 모든 상품마다 RFID 태그를 부착하는 등 큰 비용이 소요되는 별도의 시스템 구축 없이도, 매장내 CCTV 등 기존의 장비를 활용해 상품관리를 가능케 한다. 월마트는 매장 곳곳에 비치된 카메라를 통해 각 진열대의 모습을 실시간 촬영한다. 이는 곧 이미지 데이터화 과정을 거쳐 플래노그램(Planogram), 즉 ‘상품 구색 관리 및 진열 지시서’와의 비교에 들어간다. 그 결과, 지시서에 나와있는 진열대 이미지와 달리, 빠진 상품이 있거나, 또는 엉뚱한 제품이 진열돼 있으면 현장 직원이 자동 호출된다. 플래노그램에 맞게 진열을 다시 하도록, 작업지시가 하달되는 거다.


이때 현장 직원이 착용하는 작업용 장갑에는, 카메라에만 인식되는 특수 표식이 붙어 있다. 카메라는 이 직원이 작업지시에 맞게 올바른 제품을 정확한 매대에 확실히 진열하고 있는지를 촬영한다. 이렇게 찍힌 최종 이미지 데이터를 통해, 모든 작업이 실시간 제어된다. 월마트가 이 장갑을 ‘데이터 글로브’라 부르는 이유다.

월마트의 IP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월마트 역시 드론 관련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 19건의 특허 모두, 비교적 최근인 2016년 이후 집중 출원됐다. 지금은 오프라인 유통의 절대 강자지만, 다가올 비대면 신유통 시대를 아마존 못잖게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 하나가 2018년 5월 미 특허청이 공개한 ‘무인 배터리 교체를 위한 시스템과 방법’이라는 특허다. 광활한 미 대륙 전역을 배송지로 커버해야하는 월마트에게, 배터리 문제는 드론 배송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다. 아마존 역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형 항모 비행선이나 지상의 트럭 등을 이용하는 등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월마트의 특허는 다소 다른 컨셉으로 접근한다. 무선 송수신 장치와 여분의 배터리, 배터리 충전 장치 등을 구비한 무인 차량이, 상공을 날고 있는 배송 드론과 교신하다. 월마트는 이 차량을 ‘배터리봇’이라 칭한다. 마치 ‘공중급유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배터리봇은, 탑재된 배터리가 다 떨어져 가는 드론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도킹할 정확한 위치를 잡는다. 이렇게 약속된 지상 장소에서 배터리봇을 만난 드론은, 다 쓴 배터리를 새 배터리로 통째 교환하거나, 도킹후 충전을 진행한 뒤 배송작업을 지속하게 된다. 경쟁사 아마존의 관련 특허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각 배송현장 곳곳에서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인 배터리 교체를 위한 시스템과 방법./자료: USPTO·윈텔립스
무인 배터리 교체를 위한 시스템과 방법./자료: USPTO·윈텔립스
마트에서 장 볼 때 냉동식품이나 따뜻한 간편식을 미리 카트에 담는 바람에,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왔던 경험, 한번씩 있으실 것이다. 이 경우, 손님을 보다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한 마트 측 역시 손실이 크다. 2018년 8월 공개된 ‘온도조절 카트 시스템’은 바로 이같은 필요에 의해 발명된 특허다.

이 카트에는 냉장과 보온 시스템이 갖춰진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 기능이 필요한 상품을 카트에 넣으면 바코드 등을 인식해 최적의 냉장 또는 온장 온도로 자동 저장한다. 여기에 필요한 전력은 카트 바퀴 회전을 통해 공급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아니면 생각지도 못했을 고민의 흔적들이, 월마트 특허 곳곳에 배어있다.

온도조절 카트 시스템./자료: USPTO·윈텔립스
온도조절 카트 시스템./자료: USPTO·윈텔립스
전통 유통업체에서,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아래는 월마트 특허문헌에 나오는 기술 키워드를 출현 빈도순으로 제작한 비쥬얼라이징 자료다. 얼핏봐도 모바일 디바이스,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용어가 눈에 띈다. 이것만 봐선 월마트가 유통업체인지 IT기업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월마트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첨단 4차산업 기술을 덧댄 ‘컨버전스 테크놀러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로 창업 56주년을 맞는, 세계 최대 매출 기업 월마트. 이들은 지금,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변신중이란 걸, 특허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기술 키워드 분석./자료: 윈텔립스 스마트클라우드
기술 키워드 분석./자료: 윈텔립스 스마트클라우드
유경동 IP컨설턴트는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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