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카카오 코인' 확보 혈안, 골머리 앓는 카카오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6.07 06:00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가상자산) 클레이(KLAY)가 각종 가상자산 거래소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인식을 고수하는 금융 당국 때문에 국내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 등 보수적인 사업 방향을 고수한 카카오가 어떤 식으로 가상자산 대중화 시대를 이끌지 이목이 쏠린다.

/클립 홈페이지
7일 업계에 따르면 그라운드X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이 사업 협력 결별 위기다. 그라운드X는 코인원이 동의 없이 클레이를 상장한다고 밝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라운드X는 홈페이지 공지에 "코인원의 클레이 원화마켓 상장 예고는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라며 "원화마켓 상장 철회를 요청했지만 코인원이 상장을 강행할 경우 사업협력 관계를 종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6월 4일 코인원은 "클레이 거래를 지원한다"며 "입금은 4일 오후부터, 실제 거래는 5일, 출금은 8일 오후 12시부터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라운드X, 규제 당국 눈치 "상장 원치 않아"

그라운드X의 이 같은 선긋기는 금융 당국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클레이가 자칫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면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금융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2017년 가상자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거래실명제, 가상계좌 신규발급 전면 중단 등 고강도로 규제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가격 거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 투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X가 해외 거래소를 통한 상장만 추진한 이유다. 정부가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너도나도 클레이 확보전 "가즈아~"

현실은 반대다. 그라운드X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클레이가 사실상 카카오 코인인데다 클립 출시로 클레이 유통까지 본격화되자 국내 거래소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까지 클레이 확보에 나섰다. 카카오톡 통합으로 사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고 판단, 향후 클레이 가치가 현 시세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클레이 지급 이벤트가 화근이 됐다. 그라운드X는 3일 클립 출시를 기념해 최대 10만 가입자에게 클레이 50개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클립은 21시간만에 1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고 이벤트는 종료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이 이벤트성 클레이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더보기란에서 클릭 한 번으로 클레이를 지급받은 일반인을 상대로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를 유도한다.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가입과 수수료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든다.

현재 클레이 가치는 클립 출시 당일(50개 기준 약 8000원, 1클레이당 160원)과 비교해 두 배쯤 증가했다. 5일 오후 지닥 기준 1클레이 가격은 330원이다. 이 마저도 전날 대비 30%쯤 하락한 가격이다.

그라운드X,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 없어

개인 투자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로서 그라운드X가 거래소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다. 암호화폐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 금지를 구하는 취지의 민사상 가처분은 고려해볼 순 있다"면서도 "실제 인용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가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를 임의로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소유자의 매매 중개를 위해 거래소가 상장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행된 이후 시중에 유통되는 클레이는 더 이상 그라운드X 소유가 아니다"라며 "그라운드X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X가 협력 유지를 끊는다는 엄포만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라운드X 측은 협업 관계에 있던 거래소가 클레이를 상장할 경우 상장 철회 요청을 하고, 상장을 강행할 경우 협업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식으로 선을 긋겠다는 입장이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클레이를 상장한 거래소들과 사업 협력 관계를 종료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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