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배터리, 美 대선 결과 여파 '상당'

이광영 기자
입력 2020.11.04 06:00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확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재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정권 교체에 성공할지에 따른 손익 계산서 짜기에 분주하다.

3일 국내외 연구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는 트럼프 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 중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자국 우선주의와 탈중국 기조 영향권에 들 것으로 관측한다. 동맹국과 공조를 거치느냐, 일방적 수입 규제냐의 차이일뿐 미중 기술 냉전과 무역 분쟁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바이든(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조선일보 DB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성공 시 국내 반도체 기업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길이 막히는 등 단기 타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심화로 미국과 중국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짐은 물론, 한국기업에 대한 수입규제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제재 지속으로 화웨이, SMIC 등 중국 기업의 발전 속도가 늦춰진다면 한국기업은 장기적으로 기회를 얻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수출 제재는 D램,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성장을 막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며 "반면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은 글로벌 판로 확대로 단기 수혜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도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강화 기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등 일방적 수입규제 조치에 나선 것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동맹국과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바이든은 동맹국과 협력을 중요시하고 있어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배터리 분야도 간접 영향권에 든다. 2019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이 연기된 상황에서 ITC 판결의 거부권을 쥔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양사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ITC는 10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양사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을 6주 뒤인 12월 10일로 연기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ITC가 구체적 연기 배경이나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 대선을 눈앞에 뒀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미 조지아주는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가장 공을 들이는 유세 현장이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셀부터 모듈, 팩, 부품, 소재 등을 들여올 수 없다. 고용 인력만 최소 2000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ITC가 SK이노베이션에 패소 판결한다는 가정 하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같은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이 문을 닫으면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테네시주의 전기차 공장 가동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SK이노베이션 패소 판결이 나올 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의 수입금지 명령은 무효가 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 델러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다퉈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한숨을 돌리는 반면, LG화학은 김이 빠진 결과를 받아드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승리를 발판으로 재선에 성공할 경우,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LG화학 입장에서는 ITC가 패소 판결을 내린다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 현지 매체를 통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10월 27일 WJS에 ‘트럼프는 한국 분쟁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10월 13일자 WSJ에 실린 칼럼니스트 홀맨 젠킨스의 기고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장 전무는 "젠킨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무역정책을 포기하고 지적재산권을 가로챈 기업을 처벌에서 보호할 것이란 근거없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이 언급한 일자리 창출 약속 역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