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라이더들의 장거리 배달 기피가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의 장거리 배달을 유도하기 위해 기본 배달비 범위를 넓히고 거리별 할증을 도입하지만, 라이더 측은 쿠팡이츠가 고의로 배달료를 낮췄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 쿠팡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 쿠팡
최근 배달기사단체 라이더유니온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비 삭감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내용의 단체행동에 나섰다. 쿠팡 측이 기본 배달비를 기존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춰 수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쿠팡이츠 측의 설명은 라이더유니온과 상반된다. 라이더유니온 배달원의 기본 배달비 범위를 2500원부터 1만6000원으로 폭넓게 확장했고, 거리별 할증을 최대 1만원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추가 지급 요건을 만든 것이지 배달비를 낮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핵심은 ‘장거리 배달'이다. 배달 플랫폼 업체는 조금이라도 더 넓은 지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실제 배달에 나선 라이더들은 장거리를 선호하지 않는다.

14일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라이더들 사이서 장거리 배달은 ‘유배배달'로 불릴 만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라이더들은 먼거리를 한탕 뛰는 것보다 가까운 곳을 여러차례 배달하는 것이 돈을 더번다고 생각하며, 라이더들의 배달비 삭감 주장은 결국 현실적인 수익 문제가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라이더들의 장거리 배달 기피 현상이 배달시간 증가와 매장의 판매기회 상실로 연결된다는 시각이다. 매장점주 입장에서는 주문이 들어와도 라이더가 잡히지 않으면 주문 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배달시간 증가로 낮은 이용자 평가점수를 받을 수 있다.

쿠팡이츠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2월 한 달간 라이더가 주문 수락 후 취소한 사유의 51%가 장거리로 인한 배달 취소로 나타났다. 지역과 소비자의 위치에 따라 주문 거절률이 2.8배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이츠가 기본 배달비 범위를 넓히고 거리에 따라 할증료를 더 붙인 이유가 바로 라이더들의 장거리 배달 기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기본 배달비 1만6000원에 할증료 1만원을 더하면 라이더들은 배달 한 건당 최대 2만60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쿠팡이츠 한 관계자는 "라이더 배달비를 기본 배달비와 거리별 할증으로 구성해 장거리 배달 보상을 대폭 강화했다. 이용자와 매장 점주의 추가 부담 없이 장거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배달 거리에 따른 실질적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쿠팡이츠가 매장에 수수료 인상하고 라이더 배달료를 깍았다는 일부 주장은 악의적 왜곡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라이더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거리할증 등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 증가는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배달 플랫폼 한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들은 3000원쯤의 기본 배달비를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프로모션 비용을 보고 배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며 "각 사의 프로모션 비용은 지역과 수요, 날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넓은 시각으로 보면 3사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