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합종연횡에 조급한 폭스바겐, LG·SK에 화해 손짓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6.04 06:00
독일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어색한 화해의 손을 내민다. 각형 중심 배터리 내재화(자체생산)를 선언하며,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드는 기존 협력사를 배제하겠다는 의중을 밝힌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자칫하면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 셀을 살펴보는 모습 / LG에너지솔루션
2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 노스볼트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아시아 국가 대형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토머스 슈몰 폭스바겐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한델스블라트와 인터뷰에서 배터리사업부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폭스바겐은 스스로 배터리를 생산하길 원하지만 동시에 외부에서도 배터리를 공급받길 원한다"며 "우리 (내재화) 계획에 충분한 여유를 줄 수 있는 대형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3월 15일 열린 ‘파워데이’에서 2023년부터 통합형 셀 배터리를 사용하고 2030년까지 80%로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지분을 가진 노스볼트를 통한 내재화 추진으로 유럽 전기차 밸류체인 통합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노스볼트는 설립 5년차 기업이다. 최근에야 생산 걸음마를 뗐다. 폭스바겐이 주력으로 삼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은 파우치형 및 원통형 대비 주행거리가 적어 중대형 전기차에는 적용이 어렵다. 폭스바겐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술 확보 및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폭스바겐은 각형(80%) 외 나머지 20%는 파우치형을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부적으로 각형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주력인 파우치형 비중을 늘릴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벌였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4월 11일 전격 합의하면서 폭스바겐의 심경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가 미국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폭스바겐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은 단독 공급원으로 LG를 붙잡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배터리 폼팩터로 변경이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양사가 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공급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GM·포드와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배터리 강자들을 완전히 배제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폭스바겐이 내렸을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5월 20일 6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월 GM과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제2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중국 외 지역에서도 각형만 고집하며 CATL과 노스볼트만 믿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협상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협상력에 따라 폭스바겐의 전략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화재 위험 등 기존 대비 안정성을 개선한 파우치형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진화해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 공급을 눈앞에 뒀다.

LG에너지솔루션의 NCMA 배터리는 수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기존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제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 9월쯤 GM에 니켈 85%가 적용된 NCMA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중이 각각 90%, 5%, 5%인 NCM 배터리를 하반기 포드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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