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진흥' 전략 바꾼 정부, 토종 OTT 글로벌 진출 돕는다

김평화 기자
입력 2021.09.02 06: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각 정부부처가 2022년도 관련 예산을 확보해 국내 OTT 업계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토종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자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해외 OTT 산업 현황을 살필 목적의 국제 OTT 포럼을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역시 OTT 콘텐츠 제작 사업 예산을 101억원 증액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OTT 업계와 학계는 토종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전반적으로 기존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다만 내년 예산 규모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세종시에 있는 과기정통부 건물 전경 일부 / IT조선 DB
과기부·방통위·문체부, 2022년 예산서 OTT 글로벌 지원에 ‘방점’

1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OTT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부처 차원의 OTT 지원이 증가 추세다. 기존 콘텐츠를 중심으로 OTT 산업을 지원하던 문체부에 이어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도 각각 예산을 책정해 국내 OTT 업계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8월 31일 2021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미디어 신기술 분야에서 OTT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항목에서 신규로 48억원을 책정해 내년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 디지털방송정책과는 OTT 업계 수요를 토대로 이같은 사업을 진행한다. OTT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할 때 현지국 언어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현지 문화에 맞는 자막이나 더빙을 빠르게 자동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목적을 둔다. 실시간 라이브와 양방향 콘텐츠 중심의 OTT 사업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지원해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글로벌에 선보이는 과제도 진행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OTT 특화 기술 개발 사업으로 보면 된다"며 "과제 기획을 구체적으로 해서 내년에 공모를 진행, 과제 수행 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1일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OTT 지원 예산을 포함했다. ‘OTT 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에 신규로 3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해외 OTT 산업 실태 조사에 2억5000만원, 국제 OTT 포럼 개최에 1억원을 각각 책정한 상태다.

방통위는 8월 OTT 전담 조직인 OTT 정책협력팀을 시청각미디어서비스팀으로 개편, 해당 팀을 방송정책기획과 산하에 두는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팀이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등 OTT 제도 전반을 다룬다면, 이번 OTT 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은 편성평가정책과가 맡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2020년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범정부 합동으로 발표했고, 연초에는 제5기 방통위 정책 과제를 내놓으면서 OTT 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며 "(해당 사업 연장선에서) 해외 시장의 OTT 콘텐츠 산업을 분석하고, 국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이태희 당시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범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DB
기존에 OTT 사업을 진행해오던 문체부 역시 내년도 관련 예산을 증액하며 사업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1일 문체부는 2022년 예산안에서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사업에 올해(15억원) 대비 101억원 증가한 116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OTT 콘텐츠 기획 개발에는 20억원의 신규 예산도 책정했다.

과기정통부, 방통위처럼 OTT 업계 해외 진출도 돕는다. 국내 OTT 업계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 필요한 비즈니스 교류를 강화한다. 올해 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면, 2022년에는 2억원 증가한 7억원을 투입한다.

OTT 학계·업계 "진흥 중심 정책 선회 환영"

OTT 업계와 학계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정부부처 지원 사업이 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OTT 산업 지형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 과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웨이브와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주요 OTT 업체들은 모두 해외 진출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고창남 티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6월 미래플랫폼포럼 2021에서 "하반기 글로벌 진출 전략을 가시화해 2022년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 정부부처가 규제 대신 진흥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점 역시 OTT 시장엔 긍정적인 신호다. OTT 업계와 학계는 문체부와 과기정통부, 방통위가 각각 OTT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발생할 수 있는 중복 규제를 우려해왔다.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반면 국내 OTT 업계의 글로벌 진출 과제가 중요성이 큰 것에 비해 각 부처 예산이 작은 비중이 그친 점은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지금까지 미디어, 방송 정책이 규제 중심이었다 보니 학계와 업계가 진흥 정책을 요구해왔다"며 "해외 진출을 포함해 진흥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선회한 것은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현재 내놓은 예산을 갖고는 실질적으로 (OTT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 같다"며 "각 부처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주도권을 보이려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OTT 신규 사업을 향후에도 이어가면서 예산 확대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규 사업인 만큼 계속 사업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려 한다"며 "금액(예산)도 키우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9억5770만달러(3조4590억원)다. 전년 대비 15%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글로벌 상황도 같다. 시장조사업체 보스팅컨설팅그룹은 2022년 글로벌 OTT 시장 규모를 1410억달러(164조8995억원)로 내다봤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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