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28기가헤르츠(㎓) 5G 기지국 수가 연말까지 의무 구축해야 하는 목표치의 0.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상 정부와 약속한 기지국 수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양정숙 의원실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양정숙 의원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이동통신 3사가 8월말 기준 161대의 28㎓ 5G 기지국 장비를 설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통 3사는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로부터 28㎓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며 2021년까지 총 4만5215대의 28㎓ 기지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까지 의무 구축 수의 0.3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통사별로 28㎓ 5G 기지국 구축 현황을 살피면, SK텔레콤은 서울시에 56대, 인천시에 20대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 85개의 기지국을 설치했다. KT는 경기도 23대, 대구시 9대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총 43개의 기지국을 구축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광주시에 9대를 설치하는 등 총 33개 기지국을 설치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58대), 경기(33대), 인천(20대)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28㎓ 5G 기지국이 구축돼 있어 전국 서비스가 힘든 상황이다. 부산시와 울산시, 강원도, 제주시에는 기지국이 설치돼 있지 않다.

기지국 설치 장소도 옥내(76대)와 지상(74대), 지하(11대) 등이 주를 이뤘다. 전국 터널에는 28㎓ 5G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았다.

양 의원은 "이통 3사가 28㎓ 대역 서비스를 방치한 채 사실상 의무 이행을 지키지 않은 것은 과기정통부의 탁상행정이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28㎓ 5G 주파수 할당 당시 제기된 우려와 함께 지속된 국회 지적에도 과기정통부가 기지국 구축과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양 의원은 이통 3사를 대상으로 네 차례 이행촉구 공무만 발송했을 뿐 현장 점검이나 비상 대책 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통 3사도 과기정통부로부터 이행촉구 공문을 지속해서 받았지만, 두 번째 공문부터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게 양 의원 설명이다.

양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면서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는 지적도 더했다. 2018년 5월 28㎓ 주파수 할당 공고 때 제시한 이통사별 기지국 장비 1만5000대 설치 의무 조항이 과도했다는 내용이다. 주파수 할당 당시 28㎓ 기술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 28㎓ 대역이 3.5 ㎓ 보조용으로 인식된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통 3사가 올해 연말까지 28㎓ 기지국 장비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전파법 제15조의2에 따라 주파수 할당 취소가 가능하다. 주파수 할당대가 6223억원은 반환되지 않는다"며 "주파수 할당대가는 이동통신 이용자가 부담한 것이기에 비싼 통신 요금에 시달리는 국민만 피해를 볼 것이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