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각종 산업에서 각광 받으면서 게임 업계도 신사업 확장에 분주하다. 국내 게임 산업은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위기론이 그 배경이다. 그 중 넷마블은 메타버스 사업에 가장 적극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게임의 발전 형태가 메타버스에 있고, 그중에서도 가상 아이돌 시장이 기존 게임 기술에 기인해 만들어진 만큼 가상 아이돌 키우기에 열 올리는 넷마블의 모습이 게임 업계의 미래상이라고 보고 있다.

/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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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설립 ‘가상 아이돌’ 키우기에 집중

25일 넷마블에 따르면 이 회사의 개발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가 설립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메타휴먼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주식 인수를 조건으로 투자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유상증자를 통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신규 발행 주식 8만주를 인수한다. 이번 투자로 두 회사는 글로벌 타깃 버츄얼 아이돌 사업과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에 가속화를 낼 전망이다.

메타버스 프로젝트 시작은 케이팝 버츄얼 아이돌 그룹 제작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독자 세계관과 개성 가득한 캐릭터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을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명은 ‘메이브(MAVE:)’로 알려졌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가상 걸그룹 프로젝트 채용 공고를 내고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 가운데 4인조 걸그룹으로 예측된다.

해당 그룹에는 각 사의 노하우가 녹아들 전망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모바일 게임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를 통해 메타 휴먼 기술을 보유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매니지먼트 역량을 보탠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연간 1만2000곡의 음원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전체 회원 수 3300만명에 유료회원 500만명 이상을 지닌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도 보유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 제작을 시작으로 웹툰·웹소설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폭넓은 스토리 지식재산권(IP)과 넷마블에프앤씨가 보유한 게임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다양한 캐릭터 메타버스 사업 역시 진행해 나간다는 목표다.

서우원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버츄얼 아이돌 사업과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메타버스 기술 확보는 지난 몇달 간 꾸준히 이어졌던 행보다. 최근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분 100%를 출자해 스포츠게임 개발사 ‘나인엠인터렉티브’를 합병했다. 플랫폼 개발, 가상 아이돌 개발,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8월 넷마블에프앤씨가 지분 100%를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당시 넷마블은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츄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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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BM만으로는 어려워…신규 시장 개척 활로 확보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게임사가 새로운 사업을 확보할 방안으로 메타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국내 게임의 기술력은 상당히 높아 비슷한 수준의 게임이 출시된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게임사가 경쟁 포인트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3N이라 불리는 넷마블을 포함한 넥슨, 엔씨소프트는 이용자의 과금을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BM)로 국내 시장 개척이 더 어려워졌다. 다른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더 이상 개척할 대상 역시 사라지면서 주요 게임사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은 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선전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게임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제 국내 게임사가 해외 시장에서 1등이나 2등을 차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게임만 가지고는 게임사가 안정적 매출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렇지만 신사업을 추진할 인력이나 실력,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전체 게임 회사 중 실질적으로 매출을 창출하는 회사는 100개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다 영세한 기업이다. 영세 기업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시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사업을 영위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할 자본력이나 인력이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손을 댈 수 있는 회사는 대기업 밖에 없는 셈이다. 대기업이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면 사업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경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넷마블은 시장의 빈틈을 파고 들었다. 이지훈 한국게임학회 법제도분과 위원장(서원대 교수)은 "넷마블은 관련 시장 동향 파악 등을 통해 지금 대세가 메타버스로 가고 있고, 향후에도 메타버스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걸 파악했을 것이다"라며 "그 중에서도 시장 선호도나 요구가 가상 아이돌 산업에서 크다는 걸 파악했을 듯 하다"고 예측했다.

기업은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영역을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 어떤 산업이든 영원히 지속하는 산업은 없다. 신 산업을 발굴하고 계속해서 만들어 선점하고 독점하는게 기업 입장에서 중요하다.

넷마블은 이전부터 게임 이외 사업에도 진출을 많이 하던 회사였다. 자체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고, 코웨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지훈 위원장은 "넷마블은 개발자 마인드로 회사를 경영하는게 아니라 마켓 센서를 키우면서 시장을 조사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분석하고 파악해 향후 어떤 시장에 진출할지 전략을 짜는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대표(CEO) 역시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데 거리낌 없는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상 아이돌 사업은 게임사가 진행하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이나 가상 아이돌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핵심 요인은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과 가상 인간의 인격에 대한 매력적인 일관성, 즉 육성과의 융합이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기존 게임의 캐릭터 제작 기술이나 엔진을 사용해 가상 아이돌을 만들게 되는데 즉 가상 아이돌 캐릭터의 인격과 스토리텔링이 기존 게임사가 진행하던 사업과 일맥상통하는 기술로 구축된다"며 "넷마블이 무작정 메타버스 파이를 키우겠다고 나서는 다른 게임사와 달리 가상 아이돌 사업을 진행해 사업을 다각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