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 사업은 2021년까지 ‘16년 연속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향후 사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세계 TV 시장 점유율 30%를 지켜냈지만, 원재료를 매입하는데 쓰는 비용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수익성이 나쁘다.

2위인 LG전자는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혔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OLED(올레드) TV의 판매 비중을 늘렸다. OLED TV는 상대적으로 원재료 매입 부담이 적어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1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TV를 만들 때 필수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으로 2021년 7조9225억원을 썼다. 2020년 썼던 비용을 고려할 때 숫자가 확 늘었다. 2020년 3분기까지의 매입액은 3조8647억원, 2020년 한 해 비용은 5조4483억원이었다.

삼성전자 모델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에서 삼성 TV의 15년 연속 1위 달성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에서 삼성 TV의 15년 연속 1위 달성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2020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22.8%였다. 하지만 2021년 상반기 31.4%, 3분기에는 34.1%로 비율이 확 증가했다.

삼성전자 측은 "CE 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68% 상승했다"며 매입액 증가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의 3분기 TV 평균 판매가는 2020년과 비교해 29% 올랐지만, 원재료 구매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CE 부문 영업이익은 7600억원으로 2020년 1조5600억원과 비교해 51.3% 줄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TV가 차지한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으로 30.8%다. 상반기 32.7%와 비교하면 1.9%포인트 줄었다. 점유율 30%를 처음 넘긴 2019년 이후 2년 만에 30%대가 무너질 위기다.

삼성전자는 주로 CSOT, AUO, BOE 등 중화권 디스플레이 제조사에서 LCD 패널을 납품 받는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부 물량을 공급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LCD 매입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2년 QD디스플레이(QD-OLED) TV 카드를 꺼내든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22년 판매할 수 있는 QD디스플레이 TV 수가 50만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TV 사업에 대한 중화권 LCD 패널 제조사의 영향력 행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TV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맞지만, 글로벌 공급망관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